▲<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저자 이남옥 교수.
유영수
-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상담을 하면서 만나는 많은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갈등에 대해 다루다 보면, 뭔가 맴도는 느낌이 들어요. 그 안을 깊이 들어가 보면 자기의 상(象, image), 타인의 상, 관계에 대한 상이 현재의 갈등과 많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세 가지 상을 만드는 근간이 엄마라는 거죠."
- 책에서 여러 예를 들면서 그 기저에는 엄마가 자리하고 있고, 엄마라는 심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끝내 인간의 삶은 완전해질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가족 안에서는 아버지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물론이죠. 아버지도 가족체계 안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우리가 엄마의 몸에서 태어나고 엄마와 최초의 관계를 맺기 때문에 아버지보다는 좀 더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엄마와 자녀의 관계가 독립적으로만 형성되지는 않고, 아버지까지 연결된 삼각관계를 통해서 이뤄진다고 보아야 하겠죠."
- 엄마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주된 이론으로 '애착이론'을 소개하셨어요. 애착이론을 보면서 궁금해지는 것은, 한 번 불안정 애착으로 형성된 사람은 안정 애착으로 바뀔 가능성은 전혀 없는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대물림을 통해 좋지 않은 영향을 이어가지만, 본인이 대물림되는 것에 대해 지각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배우자를 잘 만나는 거예요. 배우자 쪽의 대물림을 나의 것으로 가져오는 거죠.
두 번째는 엄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을 경우 그 관계를 대체할 수 있는 제3의 관계를 맺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할머니나 선생님, 좋은 이웃 등인데 일시적인 관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야겠죠. 마지막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상담을 받는 것입니다.
상담자와의 관계를 통해 대물림을 끊는다기보단 상담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겁니다. 대물림이 이어지는 걸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에 비유한다면, 대물림을 끊어내는 과정은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숲속에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만큼 어렵다는 거죠."
- '가장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은 자녀를 사랑으로 지켜보면서 한 인간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엄마를 가진 사람'이라고 책에 쓰셨는데요.
"엄마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으면서 건강하게 성장한 사람들의 특징은 쉽게 행복을 느낀다는 거예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행복할 만한 조건을 다 갖추고 있음에도 '나는 도대체 행복이 뭔지 알 수가 없다'라고 말하는데, 이런 분들이 엄마와의 관계에서 결핍이 많아서라고 볼 수 있어요."
- 교수님의 엄마는 어떤 분이셨는지, 그리고 그 관계가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대가족에서 성장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부모님의 사랑은 물론 조부모님의 사랑도 많이 받았어요. 어머니는 저를 끊임없이 지지해 주시고 실수를 해도 잘했다고 하시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안정 애착의 전형이라고 생각해요.
대가족인 데다가 저희 집이 농사와 목장을 같이 운영해서 일이 참 많았는데도, 저희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나만큼 행복한 사람 없다'고 하실 정도로 긍정의 아이콘이셨어요. 그 영향으로 저도 하나있는 딸과의 관계가 아주 좋고요, 이제 성인이 된 딸에게 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통제'에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