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순 선생무위당 장일순 선생
무위당 사람들
장일순이 동학의 최시형을 부활시킨 것은 호기심에서 '역사인물 복원'의 차원이 아닌 그 정신과 철학을 복원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곧 생명운동이다.
동학사상을 단지 잊혀졌던 지식의 복원이라는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오늘날 가장 필요한 삶의 실천적 원리로서 살려낼 수 있었다는 점에 장일순 선생의 커다란 공로가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상이건 그것이 살아있는 것으로 되려면 우리에게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나 건전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정신적 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장일순 선생은 동학의 한울님사상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생명계의 모든 이웃들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보증하는 생명사상으로 읽어내고, 이것을 현실의 사회생활에 적용하여 한 살림공동체운동으로 풀어내었다. 그렇게 하여, 우리 나름의 가장 실질적인 녹색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문화운동으로서 한살림운동이 원주에서 처음 실천에 옮겨졌던 것이다. (주석 7)
장일순은 동학의 경천ㆍ경인ㆍ경물의 정신을 현재화하는 것이 지구촌을 살리는 길이라 믿고, 이를 자신의 철학으로 정립하고 설파하고 실행하였다.
동학의 2대 교조이신 해월 선생은 밥 한사발을 알면 세상만사를 다 아느니라.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의암 손병희 선생도 밥 한사발은 백부소생(百夫所生)이라. 즉 많은 농민들이 땀흘려서 만든 거다, 그러셨어요. 그런데 사실은 사람만이 땀흘려서 만든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과 일체가 앙상블이 되어서, 하나로 같이 움직여서 그 밥 한사발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 밥 한사발은 우주적인 만남으로 되는 거지요.
한걸음 더 들어가보면, 해월 선생 말씀에 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는 말씀이 있어요.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는 말이에요. 동학에서 일컫되 인내천(人乃天)이라, 그리고 사람만이 하늘이 아니라 곡식 하나도 한울님이다 이 말이야. 돌 하나도, 벌레 하나도 한울님이다 이 말이에요.(장일순, 「세상 일체가 하나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