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로 간 아이들> 포스터
커넥트픽쳐스
아이들조차 내내 울컥했다. 함께 봤던 여선생님 한 분은 아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나 역시 연신 눈에 손이 갔다. 영화를 보는 동안 사람이 사람을 품고 서로 사랑한다는 건, 인종과 국적, 나이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어쩌면 본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상미 감독의 2018년 작품 <폴란드로 간 아이들> 이야기다. 통일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나날이 사그라드는 현실을 보다못해 시작한 교내 통일 영상제의 세 번째 영화다. 1편은 북한에서 직접 제작한 영화였고, 2편은 6.25 전쟁 당시 정치적 망명을 택한 북한 청년들의 삶과 우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작품이었다.
앞선 두 편은 '실패'했다. 웬 뜬금없는 북한 관련 영화냐며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통일 관련 영화는 어렵고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이 생겨버렸다. 특히 다큐멘터리 영화는 '인내력 테스트'라며 조롱을 해댔다. 요즘 아이들은 호흡이 긴 영화라면 질색한다.
물론, 상영 시간이 수업 끝나고 저녁 식사를 마친 때라 아이들의 눈꺼풀은 시작하기도 전에 천근만근이다. 더욱이 자극적인 유튜브에 길들어진 탓에, 웬만큼 재미있지 않고서는 그들을 깨울 수가 없다. 통일 동아리 회원이거나, 자발적으로 신청한 아이들인데도 그렇다.
이번만큼은 달랐다. 똑같은 다큐멘터리 영화였지만, 아이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6.25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 낯설어하진 않았지만, 영화 속 내용 하나하나가 생전 처음 접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명색이 현대사를 가르쳐온 나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6.25 전쟁에 대해선 아이들 모두 '전문가'다. 수능과 모의고사에 단골 문제이며, 부러 물어보면 교과서 외에도 6.25 전쟁과 관련된 책 한두 권쯤은 대부분 읽었다고 답한다.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국제시장> <고지전> <인천상륙작전> <장사리> 등 관련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아이가 드물 정도다.
그들은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줄줄 읊는다. 한강 철교가 폭파됐고,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났고, 인천상륙작전 후 압록강까지 진격했고, 함양과 거창 등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 사건이 벌어졌고, 심지어 임시 수도 부산에서 정치 파동이 일어났다는 것까지도 아이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6.25 전쟁은 아이들에게 '필수 교양'이다.
교사인 나도 미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