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위에 얌전히 몸을 뉘인 조기들. 빨간 망토를 두르고 이제 서로 어우러질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안소민
고사리와 조기는 궁합이 잘 맞는 식재료다. 하나는 육지 출신, 또 하나는 바다 출신. 출신부터 다른 두 식재료가 어떻게 궁합이 맞는지 신기하고, 또 그것을 알아내어 한 그릇에 넣고 보글보글 끓여내었던 옛 사람들의 지혜도 신통하기만 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동의보감>에서는 조기는 성질이 부드럽고 따뜻하고, 고사리는 차가워서 열을 내리는데 좋다고 적혀 있다. 둘이 만나면 음양조화를 이뤄서 좋은 약이 된다는 것. 서로 상극이기 때문에 오히려 잘 맞는다는 얘기가 역설적으로 들린다. 그런데 왜 사람의 일은 그렇지 못할까.
조기와 고사리는 서로 상극임에도 조화로움을 유지하건만, 사람의 일이란 그리 간단치 않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 많이 다른 사람들이다. 약 50년을 살아오셨지만 여전히 다른 부분이 많고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아마 자식인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두 분은 포기하고 양보하면서 반백년을 살아오셨으리라. 내가 두 분의 깊고도 오묘한 사이를 다 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내가 보기에 두 분은 지금도 애쓰시는 것 같다. 최고의 맛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아름다운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
어느 때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똑 떨어지는 레시피 같은 것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과는 어느 정도만 간을 맞추면 된다든지, 이 사람과의 사이에는 무슨 양념을 더 넣으면 되겠다든지, 저 사람과는 더 이상 있어 봐야 깊은 맛이 나올 리 없으니 공을 그만 들여도 된다라든지... 이렇게 콕 집에서 알려주는 관계 레시피. 하지만 그런 게 있을 리도 없거니와 현실에 적용하기도 쉽지 않을 터.
두 분은 내후년이면 금혼식을 맞이한다. 사이가 아주 나쁜 부부라고도 할 수 없고, 천생연분이랄 수도 없는 두 사람은 서로의 '간'을 두고 아직도 '연구 중'이다. 두 분도 결혼생활은 이번 생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렇게 명료하게 똑 떨어지는 고사리조기매운탕 레시피라도 있으니, 가끔 만들어 먹으면서 젊은 시절의 엄마와 아빠의 좋았던 시절을 한번 떠올려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