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갑질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구멍슝슝 갑질금지법 리모델링" 기자회견을 열고 적용범위 확대와 근로기준법 76조 3 불이행 처벌조항 신설을 촉구하고 있다. 2020.7.16
이희훈
'노예계약'으로 악용
노동자가 해고를 당하면 고용보험이 중단됩니다.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으면 고용관계가 회복되어 해고기간이 고용보험 피보험기간으로 산입됩니다. 그런데 똑같이 사용자의 귀책 사유로 노동을 제공하지 못해 벌어진 일인데, 청년공제는 부당해고 기간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입니다.
악질 사용자는 청년에게 엿을 먹이고, 정부는 이를 구경하고 있는 꼴입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신청했고, 24회 차 중 20회 차까지 납부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제가 청내공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괴롭히고 있습니다. 사유서 3회 작성 시 해고하겠다고 협박합니다. 근로계약서보다 30분 일찍 출근하라고 강요하고, 1분이라도 늦으면 지각 처리 하겠다고 위협합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가슴 통증으로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상황입니다." (2021년 4월)
"2020년부터 중소기업 청년내일채움공제 2년형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 온 부장님의 괴롭힘 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과중한 업무를 주고,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갈구고, 경위서를 쓰게 하고,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통보했습니다. 그만둘 때까지 갈구겠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받을 때) 까지 다니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21년 3월)
"건설회사에서 회계직으로 1년 6개월째 일하고 있습니다. 그만두고 싶은데 청년내일채움공제 때문에 참고 다니고 있습니다. 직속 상사의 폭언이 장난이 아닙니다. 욕, 폭언, 개인 업무 지시까지 여기 다닌 후로 우울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욕 들은 날은 병원에도 몇 번 실려 갔습니다. 녹음한 파일 보내드립니다. 하루하루 고통스러워요ㅠㅠ" (2021년 2월)
'청년공제 갑질' 제보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가입자가 휴·폐업 등 기업의 귀책 사유로 중도해지를 할 경우 가입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도 환급금을 받게 됩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가입자가 이직해 중도해지를 할 경우 해당 기업은 다음 해 청년공제 지원이 제한됩니다.
하지만 '정부는 멀고 주먹은 가까이' 있습니다. 회사의 귀책 사유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퇴사할 경우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해 금액이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사용자들이 이를 이용해 폭언, 성추행, 노동법 위반, 사적 지시 등 온갖 갑질을 일삼고 있는데 정부는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정부의 청년공제를 '노예계약'이라고 부릅니다. 직장갑질119의 한 제보자는 "스트레스가 심해서 가슴도 두근거리고, 일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고, 어떨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가족들이 청년공제가 아니면 어디서 그런 목돈을 받을 수 있겠냐고 해서 버텼는데,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듭니다"라고 눈물을 흘립니다.
청년공제의 재가입 사유를 완화해야 합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사업장의 휴‧폐업 △도산 △권고사직 △임금체불 △고용보험료 체납 △기타 지방관서장이 재가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퇴사한 후 6개월 이내에 재취업할 것을 전제로 1회에 한하여 재가입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등 사업주의 귀책 사유가 아니더라도 노동자의 귀책 사유가 아닌 한 재가입 요건에 포함되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자가 불가피한 사유로 이직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이유로 두 번 다시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매우 가혹한 처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재가입 기간과 횟수 제한을 폐지하거나 확대해야 합니다.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부당대우를 일삼으면서 노동자를 묶어두는 무기로 이 제도를 악용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에 제안합니다. 청년공제는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입니다. 악덕 사장이 청년의 삶을 저당 잡아 갑질 하지 못하게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합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청년공제에 가입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합니다. 설문 결과 노동법 위반 회사나 갑질이 심각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불시 감독을 벌여 불법을 바로잡으면 됩니다.
대한민국이 설문조사와 근로감독을 할 능력이 없어 청년의 꿈이 짓밟히는 걸 구경만 하는 나라는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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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금 무기로 청년 인생 엿 먹인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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