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잇는 배다리세미원과 두물머리는 강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었지만 최근 몇년전에 둘을 잇는 배다리가 개통되면서 둘을 연계해서 한꺼번에 볼 수 있게 되었다. 정약용이 정조를 위해 한강을 건너기 위해 만들었다는 배다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운민
이제 막 봄의 기운이 들어오고 있는 3월이라 연꽃의 화려한 자태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배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보이는 상춘원이라 하는 온실을 들어가면 1년 내내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더 베이처럼 엄청 큰 규모는 아니지만 내부에 폭포도 흐르고 조경으로 멋을 부린 한옥도 있다.
정조시대 때 한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엮어 만들었다던 배다리를 두물머리와 세미원 사이에 나름 비슷하게 재현해 놓았다. 세미원에 가기 위해서는 배다리 입구의 매표소에서 표를 끊어야 한다. 5000원의 입장료가 다소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름다움을 보기 위한 대가라고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
배다리를 건너 세미원의 본격적인 자태를 감상하러 간다. 배다리를 멀리서 지켜보았을 땐 전혀 흔들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단단함이 느껴졌는데 막상 건너니 흔들 다리 못지않게 꽤나 흔들린다. 원래 여행의 묘미가 익숙하지 않은 새로움을 체험한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배다리를 건너면서 정조의 기운을 받고 조금 기운을 내본다.
건너편엔 아름드리 소나무와 중국식 벽돌 건물로 보이는 기와집이 한 채 아른거린다. 세미원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배다리에서 가까운 반도 모양의 톡 튀어나온 구역과 중간의 연꽃이 식재된 연못이 있는 구역,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문에 가까운 돌과 소나무로 정원을 꾸며놓은 지역이 있다.
먼저 가게 될 곳은 반도 모양의 톡 튀어나온 구역인데 중국식 기와집은 바로 추사 김정희가 말년에 그렸던 명작인 세한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약속의 정원이란 곳이다. 세미원에서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곳인데 커다란 소나무 두 그루와 집의 모습을 직접 눈앞에서 보니 마치 세한도의 그림 한복판에 내가 서 있는 듯하다.
세한정 내부에는 세한도와 관련된 영상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세한도는 화려한 관직 생활을 보내다가 사건에 휘말려 제주로 유배를 가게 된 추사 선생이 의리를 끝까지 지켜준 제자에게 보내준 그림이라고 한다.
내가 미술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림 자체를 보자면 단순히 집 한 채와 소나무 몇 그루가 그려진 게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추사 김정희 선생의 살아왔던 인생 역경이 그림 안에 녹아 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그림이 새롭게 보인다.
이번엔 반도 끝부분으로 내려와 두물머리와 또 다른 한강의 색다른 모습을 감상해 본다. 곁에는 모네의 정원이라 불리는 사랑의 연못이 자리하고 있지만 자연이라는 압도적인 풍광에 무엇을 더 하랴. 연꽃으로 가득해야 할 연못들과 꽃들이 만개해야 할 나무들은 아직 텅 비어 있지만 그 나름대로 한적함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