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농협 하나로마트 내에 있는 로컬푸드 매장. 바닥에 로컬푸드 경계선이 그어져 있다.
최육상
순창농협 하나로마트에는 '로컬푸드(Local Food)'라고 쓰인 사각형 경계선이 네 평 남짓 바닥에 그어져 있다. 로컬푸드 상품들은 지금까지 경계선 내 나무 매대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 기사가 보도된 후, 선재식 순창농협조합장과 조유성 점장 등이 협의를 거쳐 기존 냉장 진열대 일부를 로컬푸드 상품에 할애했다. 다육 식물도 사각형 경계선을 벗어난 마트 입구 쪽에서 진열하고 판매할 수 있게 돼 고객의 눈길을 끄는 데 용이해졌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타지에서 양복 입은 사람들이 '기사를 보고 왔다'면서, 설순덕씨 로컬푸드 상품들을 한 아름 잔뜩 사서 가기도 했다"며 "조합장님과 점장님도 기사를 보시고 로컬푸드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조 점장은 "마트에는 로컬푸드 상품들만 있는 게 아니고, 친환경제품, 유기농제품 등도 함께 제한된 공간을 활용해서 팔아야 하는 한계가 있다"면서 "조합장님 등이 기사를 보시고 다른 지역 로컬푸드를 둘러보신 후, 순창군민들이 직접 재배하고 애써서 키운 로컬푸드 상품들이 가능한 잘 팔리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로컬푸드를 담당하는 구준회 팀장은 조 점장과 함께 한 자리에서 "친환경제품을 판매하는 전용 냉장 매대를 로컬푸드 상품과 반반씩 나눠서 활용하는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며 "규정상 친환경제품은 다른 상품과 함께 판매를 할 수 없어서, 냉장 매대 공간을 로컬푸드 상품과 명확하게 구분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설순덕씨는 27일 전화 통화에서 고마움과 아쉬움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순창농협에서 냉장 매대를 쓰게 해 줘서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로컬푸드 상품이 겉보기에 조금 지저분하니까 기대만큼은 잘 안 팔려요. 머위, 도라지, 마늘, 호박꼬지, 고구마 줄기, 시금치, 상추, 무청, 토란대 같은 로컬푸드 상품들이 이슬 맞고 햇볕 쬐고 정말 좋은데. 지금 젊은 댁들이 깨끗하고 화려하고 좋은 것만 사 가요. 로컬푸드 상품을 안 알아주니까 아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