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장명절 선물은 명절 이후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된다.
노광준
'OO님께서 보내신 상품이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누구나 한 번 이상 받는 메시지다. 받을 때는 고마운 명절 선물. 그러나 곧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되어 어디론가 버려진다.
포장 쓰레기는 우리나라 전체 생활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과 배달이 급격히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포장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재활용 쓰레기 발생량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11.2% 늘어난 하루 5400여 톤이다. 플라스틱류 폐기물의 배출량은 13~15%까지 늘었다. 이미 부하가 걸린 재활용처리업체들은 일 년 중 가장 많은 쓰레기가 나온다는 명절 연휴가 다가오면서 긴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어떤 선물을 주고받는지, 또 어떤 포장재를 쓰는지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배출량 절감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이런 생각이 든다.
'10년만 지나도 우리의 선물문화가 많이 달라질 수 있겠구나.'
플라스틱 대신 로컬푸드 선물을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미국의 작가 레니 조는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온라인 뉴스저널 <스테이트 오브 더 플래닛(State of the Planet)>에 '기후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선물 문화'에 관한 글을 썼다. 먼저 플라스틱 선물에 대한 경고다.
많은 장난감과 의류, 전자제품 안에 플라스틱이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깨지면 고치기 어렵고 플라스틱 폐기물은 해양 생물들이 사는 바닷속이나 이름 모를 해변에 쌓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생명체를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시킵니다. 일부 전자제품은 매립이 어려운 희귀금속을 함유하고 있기에, 여러분께서 물건을 사기 전에 그것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실제로 영국 플리머스대학교 연구결과 대표적인 플라스틱 선물인 레고 블록은 바닷속에서 짧게는 100년, 길게는 1300년까지 분해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는 플라스틱 선물의 대안으로 대나무나 유리, 금속 재질로 만들어진 선물을 추천했다.
또 지역에서 생산된 로컬푸드 먹거리 선물을 추천했다. 지속가능한 명절선물로 뭐니 뭐니 해도 먹을 수 있는 선물이 좋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선물 하고 영수증도 함께 보내세요
꼭 필요한 선물을 주고받는 선물문화를 위해 '영수증 동봉'을 제안하기도 했다.
쓸모있는 선물을 하고 (받는 사람이 바꿀 수 있도록) 늘 선물 영수증을 동봉하세요. 만일 '비밀산타'(Secret Santa) 놀이를 한다면, 불필요한 선물이 오가지 않도록 당신이 원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주세요.
그의 제안은 과소비의 상징이 되어버린 명절 소비문화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와 설날 사이에 평소보다 25%나 많은 폐기물을 생산해 일주일에 100만 톤가량을 매립지로 보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전국적으로 더 많은 포장쓰레기가 집마다 배달되고, 매년 20억 개가 넘는 크리스마스 카드가 발송돼 10층 높이 축구장을 가득 채울만한 종이를 소모하며, 3만8천 리터가 넘는 리본이 버려져 매립되고 있습니다.
그는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의 45%가 우리가 매일 쓰고 사는 물건을 생산하면서 배출된다며, 우리의 소비습관의 변화가 생산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건을 구매할 때 좋은 재료와 디자인, 수리 가능성을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오랫동안 쓸 수 있도록 잘 설계되고 쉽게 고쳐 쓸 수 있는 물건이 좋은 물건이라는 것이다.
보자기의 재발견
지난 2020년 11월 15일, 영국의 <가디언>지는 '보자기'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짝이는 종이포장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보자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3개월간 엣시(Etsy, 수공예 온라인 마켓)에서 '천으로 된 선물포장'을 검색한 횟수가 전년 대비 41% 늘었고, '친환경 선물포장' 검색량은 78% 늘었다.
영국의 화장품 소매업체 러쉬(Lush)는 보자기를 응용해 다양한 디자인의 포장재를 팔고 있다. 소매점인 올리버 보너스와 토스트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쓰이는 '크리스마스 크래커'(터뜨려서 개봉하는 선물)를 대체할 녹색상품으로 '보자기로 만든 식탁선물 세트'를 기획했다.
영국의 백화점 체인인 존 루이스는 온라인으로 보자기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