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 주 칼리지파크에 있는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박도
가방끈이 짧은지라
암살범 안두희 추적자 권중희 선생은 주머니 속에서 꺼낸 가죽장갑을 손에 끼면서 책상이라도 뒤집을 자세를 취했다. 그제야 원무과 직원은 수위에게 우리 일행을 2층으로 안내하라고 이르고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 나라에서는 아직도 목소리 크거나 가께목(각목)을 휘둘러야 통한다 말이야."
수위는 그제야 상황판단을 한 듯 앞장서서 안내했다. 우리는 백범 선생이 안두희의 총에 맞아 쓰러진 경교장 2층 '역사의 현장'을 둘러봤다. 수위 말로는 그즈음 한창 복원공사 중이라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2층 전체가 썰렁하고 합판 등이 너절하게 놓여 있는 등 어수선했다. 나는 경교장 바깥에서 건물 배경으로 셔터를 여러 번 누른 뒤, 병원 주차장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효창원으로 달렸다.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이항증 선생이 권중희 선생에게 근황을 물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가방끈이 짧은지라 수족이 고달프지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새 효창원에 이르렀다. 우리 세 사람은 먼저 가까운 설렁탕집으로 갔다. 미리 주인에게 이따 식사 후에 거기서 얘기 좀 하고 가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주인은 점심시간이 지나면 저녁시간까지 손님들이 없기에 조용할 거라고 식사 후 얼마든지 머물다가 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백범 묘소 참배 후 점심을 먹고 인터뷰를 하려고 하자 그날따라 손님이 계속 들락거려 그 소음으로 도저히 대담을 나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