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고 학생들이 교장실에 부착한 포스트잇
명진고 3학년 학생제공
학교 측은 이번 집회 방해 과정에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학교 측에 먼저 알리고 상의해서 결정하자"라고 주장했다. 교장은 "집회와 시위를 하려면 먼저 신고를 해야 한다"라며 집회를 막아서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학교장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례에 이번 명진고 집회 방해 사건과 완벽할 정도로 유사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07년 5월 모 중학교 학생 150명이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학내 집회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학생인권', '두발자유'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평화로운 방식으로 진행된 학생들의 집회를 강제로 해산시켰다. 학교 측은 당일 5, 6교시 수업을 3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집체 교육으로 대체했다. 일부 학생들은 학부모 면담, 진술서 작성, 청소년 인권단체(아수나로) 탈퇴 등을 강요받았다. 얼마 후, 이 사건 관련 진정서가 국가인권위에 접수되었다.
국가인권위는 학생들의 집회가 점심시간에 진행된 점, 다른 학생 및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았으며, 집회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전개된 점, 두발자유 및 학생에 대한 체벌금지 등 학생의 권리와 관련이 있는 내용의 집회였던 점으로 보아 이 집회를 불법 집회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국가인권위는 학생들의 집단 행동을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해산한 학교 측 행위를 헌법 제 2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조치로 판단했다.
헌법 제 21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 이것은 문명사회에서는 도전받을 수 없는 기본권의 영역에 속한다. 176개국이 비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선언' 역시 아동의 결사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침해받을 수 없는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따라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이것은 사실상 대한민국의 법률의 영역에 속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엄중한 공적 위치를 지닌 고등학교 교장의 역할은 학생들이 의견 표명을 위해 집회를 진행할 경우, 이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만약 학생들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가로막고 억압하는 이들이 있다면, 학교장이 나서서 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명진고 교장은 스스로의 책무를 저버렸다. 그는 학생들의 헌법적 권리를 부인하고, 집회를 방해했다.
24일 명진고 학내시위를 주도한 학생이 당일 본인의 SNS에 쓴 글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2020년 명진고 재학생들의 목소리는 정의로운 학교를 향하는 길목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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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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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고 학생들 집회 막아선 교장 "남 불편하게 하는 자유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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