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방역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등교개학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학교 현관에는 등교하는 학생들이 교실로 가기 전 발열체크를 하기 위해 이동하는 통로가 설치되어 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발자국 스티커가 바닥에 붙어 있다.
권우성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지금의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학교는 과연 필요한가? 학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니 학교가 5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아요. 아이들의 호기심과 탐구심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을 연구하며 진행했는데, 온라인 수업을 하니 짧은 시간, 설명을 잘하는 쪽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짧은 화면을 통해 핵심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회의감이 들어요. 저는 학교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양분을 제공해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만나왔어요. 하지만 지금은 관계할 수 있는 과정 자체가 없어졌어요. 오직 지식을 전달할 수밖에 없어요. 코로나가 사라진다면,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수업이 가능해질까요?"
학교 교육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협동학습, 거꾸로 교실, 배움의 공동체, 회복적 생활교육, 대안학교, 혁신학교, 전문적 학습 공동체 등 유행이 있어 왔습니다. 좋고 나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것들은 그 시기에 필요한 것이었고 교육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대책이었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유행이 돌 때마다 그것이 교사와 학생, 학교의 자발성이 아닌, '일'로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하면 좋아진다'가 아니라 '이것을 해야 한다'는 강요된 변화가 많았습니다. 필요에 의해 스스로 하는 것과 시켜서 하는 것은 다릅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면 일을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꼭 해야만 하는,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성장을 조력하는 일 외의 일들은 과감히 덜어내야 합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습니다.
평교사들의 이야기로 한국교육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사 집단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교사지만 파렴치한 교사들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생님도 많이 계십니다. 성장을 위한 교육이 이뤄지기 힘든 현실임에도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분들이 열정을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학교에 대한 불신감을 가지시는 분들께 모든 학교, 모든 선생님이 그렇지는 않다는 말씀을 조심스럽게 드리고 싶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시대지만, 코로나 시대로 인해 깨달은 것들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학교는 변해야 합니다. 선발과 경쟁의 수단이 아닌, 인격적 만남을 토대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자녀분을 보내는 학부모님들의 말씀도 경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직접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의 의견도 귀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바로 자랄 수만 있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 건강하게 바뀔 것입니다. 한 달간 기사를 적어주신 전국의 선생님들과 선생님들의 기사를 소중히 다뤄주신 오마이뉴스에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합니다.
[특별기획] 릴레이 기고 : 코로나 시대 교육을 말하다 http://omn.kr/1o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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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으로 돌아간 학교? 교사는 비울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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