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작가의 '더 복서'
울트라미디어
괴물 위의 괴물, 재능에 관한 현재형 서사시 <더 복서>
최근 모 포탈사이트 웹툰 코너에 눈길을 끄는 복싱 웹툰이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4일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이 작품은 복싱이라는 철 지난 비인기(?) 장르를 소재로 함에도 불구하고 연재 초반부터 독자들을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몇 회 지나지 않아 해당 요일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는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다름 아닌 '더 복서(정지훈 작)'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전에도 복싱 웹툰(복싱 만화)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드물지만 '그린보이(글 정재한/그림 임진국)'같은 수작도 발표되어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복싱이 주가 되는 작품은 질을 떠나 당장 양적으로도 많이 부족했다. 요즘 대세인 종합격투기의 한부분 정도로 묘사되는 게 고작이다.
앞서 언급한 복싱만화의 대부 김철호 화백조차 최근에는 농구, 당구, 볼링, 종합격투기, 액션 활극 등 다양한 장르를 그려내는 쪽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런 점에서 '더 복서'의 등장은 복싱팬들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몰입감이 좋아 '복싱팬은 물론 복싱에 크게 관심 없던 이들까지 복싱의 세계로 빠지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불러일으킬 정도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재능! 그것은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라는 소개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더 복서'는 재능에 관한 이야기다.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역량을 보여주는 존재를 우리는 '천재'라고 부른다. 다른 이들만큼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도 더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이른바 타고난 재능, 보통의 능력치를 가진 이들에게 부러움, 동경, 시샘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재능은 복싱 같은 스포츠에서 더욱 빛난다. 토할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는데 도저히 당할 수 없는 상대, 힘겹게 그 상대를 넘어섰지만 눈앞에는 더 큰 벽이 버티고 있다. 초반 학교 신에서는 인재와 백산이 대립하며 그러한 부분을 설명한다. 힘없는 친구들을 괴롭히고 갈취하는 일진 백산은 싸움에 대한 감각을 타고났다. 단순히 일진 패거리들뿐 아니라 복싱도장 관계자들까지도 천재로 인정할 정도다.
그런 백산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인재는 더 이상 수모를 당하기 싫어 열심히 복싱을 수련한다. 잘나가지는 않았지만 그의 아버지 역시 한때 근성 있는 복서로 평가받던 인물이었다. 인재는 복싱을 활용해 일진 무리들에게 잘 대응하나 싶었지만 백산의 타고난 재능 앞에 절망을 맛보고 만다. 그렇게 힘들게 노력하고 연습했는데 타고난 백산 앞에서 인재의 그간 노력은 놀림감일 뿐이었다.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백산의 비웃음이 주변을 휩쓰는 순간 주인공 유가 나선다. 세상 일에 초연한 듯 무표정하게 다니는 유 또한 굉장한 재능을 지녔다. 세계챔피언을 다섯 명이나 길러낸 전설적인 트레이너 K가 반할 정도였다. 유는 백산에게 묻는다. '사람을 때리는 게 재미있나?' 그리고는 가소로운 듯 자신을 내려다보는 일진들을 유유히 처리하고 백산마저 무참히 무너뜨린다.
인재를 보는 백산이 그랬듯, 유 입장에서 백산의 천재성 따위는 평범하게 보일 뿐이었다. K는 백산을 가리켜 "세계를 제패할 재능이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유에게는 "오싹한 공포가 느껴진다"는 말과 함께 "납치해서라도 데려가서 키우고 싶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모든 사람들이 동경하는 천재, 그러한 천재를 평범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른바 괴물의 재능을 가진 이가 바로 유였다.
유의 재능은 따로 가르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K는 기술적인 부분에 관한 훈련은 거의 생략하다시피 한 채 체력만 길러주는 정도로 유를 가르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는 수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을 농락하며 충격적인 데뷔전을 가진다. 마치 혼자만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 봉인된 악마의 재능을 꺼내든 유를 쳐다보는 복싱 관계자들 혹은 주변인들의 감정은 다양했다.
은근슬쩍 그와 경쟁 심리를 드러냈으나 압도적 재능 차이에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쪽,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나도 열심히 해봐야지"라고 의지를 불태우는 인재같은 긍정적인 인물, 결국 건달로 전락해 유를 질투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백산, 그리고 현 라이트급 세계 챔피언 쟝 삐에르 마뉘엘은 "반해 버렸다"는 말로 본인 입장에서 새파란 애송이로 느껴질 법한 상대에게 동경심을 표한다.
'더 복서'는 주인공 못지않게 주변 인물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주인공 유는 표정, 심리 변화가 매우 적다. 거기에 압도적 재능을 타고났다. 처음부터 정상급 기량을 뽐냈던지라 어떻게 스토리를 이어나갈 것인지 걱정될 정도였다.
정지훈 작가는 주인공 시선 일변도로 극을 이끌어나가는 대다수 작품과 달리 주변 인물들의 비중을 확 끌어올렸다. 과묵하고 엄청나게 강한 주인공과 맞서는 상대의 심리 등을 섬세하게 그려 넣으면서 입체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나간다.
'더 복서'는 현재 20화까지(미리보기 제외) 진행된 상태다. 가장 최근 화에서는 주인공의 라이벌이 될지도 모르는 또 다른 괴물 카심 알 하자드가 등장했다. 카심은 세계적 대기업 총수의 친손자로 타고난 금수저임에도 불구하고 복싱(싸움)에 대한 재능이 상상을 초월한다. 겉보기에 우스꽝스러울 만큼 어설픈 폼으로 오랜시간 열심히 노력해온 복서들을 어린아이 데리고 놀 듯 농락시켜 버린다.
먹고 싶은 대로 먹고, 놀고 싶은 대로 놀고, 자고 싶은 대로 자면서 마치 재미있는 놀이를 하듯 복싱을 즐긴다. 재능에 더해 초월적인 연습량까지 소화시킬 수 있는 타고난 신체능력마저 지녔다. 카심의 소속 체육관 관장조차 짐승의 왕같은 포스를 뿜어내는 그를 바라보며 '세상은 너무 불공평한 것 같다'는 자괴감을 느낀다.
격을 달리하는 절대 재능을 뽐내는 괴물간의 승부에서 최후에 살아남는 인물은 누가될 것인가. 현 챔피언 마뉘엘과 그를 위협하는 절대재능의 소유자 유 그리고 카심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만들어갈 향후 스토리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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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농구카툰 'JB 농구툰, '농구상회'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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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더 복서', 한국형 복싱 명작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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