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의 금오산. 마치 성인이 누워 있는 모습으로 '와불상(臥佛像)'이라고도 부른다.
구미시청 / 강구휘(전, 도의원) 제공
금오산
박정희는 1917년 음력 9월 30일(양력 11월 14일) 경상북도 선산군 구미면 상모동 117번지 금오산(金烏山) 기슭에서 태어났다. 구미는 산남수북(山南水北, 금오산 남쪽 낙동강 북쪽)의 산자수명한 곳이다. 이 고을을 내려보는 금오산은 보는 사람, 보는 위치에 따라 각각 다르게 보이는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다.
금오산 동쪽 선산에서 보면 멧부리가 마치 붓끝처럼 보인다고 '필봉(筆峰)'으로 불려왔다. 남쪽 칠곡 지방에서 상봉을 바라보면 귀인이 관을 쓰고 있는 모습 같다고 해서 '귀봉(貴峰)', 또는 거인이 누워있는 모습 같다고 해서 '거인봉(巨人峰)'으로도 일컬어진다. 또 어떤 이는 금오산 산세가 부처님이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와불상(臥佛像)'이라고 했다. 조선 초 무학대사가 이 고을을 지나다가 금오산을 바라보고는 "군왕이 날 산"으로 예언했다.
이중환(李重煥)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반은 일선(一善: 선산의 옛 지명)에 있다, 그런 까닭으로 예로부터 문학하는 선비가 많았다"(朝鮮人才半在嶺南 嶺南人才半在一善 故舊多文士)라고 기술한 바 있다.
그런 탓인지 금오산의 빼어난 산세를 보고 찾아온 문중도 있었다. 낙동강 건너 인동 장(張)씨들은 일찌감치 금오산 남쪽 오태동에 터를 잡았고, 경남 김해에 살던 허(許)씨들은 배를 타고 한양에 가다가 금오산 산세에 매료돼 오태동 옆 임은동에 자리를 잡았다. 후일 인동 장씨 가문에서는 장택상 국무총리가 나왔고, 임은 허씨 가문에서는 13도 창의군 허위 군사장과 동북항일연군 허형식 군장을 배출했다.
박정희가 태어날 때 아버지는 46세, 어머니는 45세였다. 7남매 5형제의 막내둥이였는데 당시 가족 상황은 아래와 같다.
아버지 박성빈(朴成彬)
어머니 백남의(白南義)
첫째 형 박동희(朴東熙)
둘째 형 박무희(朴武熙)
큰 누나 박귀희(朴貴熙, 또는 수희, 진실)
셋째 형 박상희(朴相熙)
넷째 형 박한생(朴漢生)
작은 누나 박재희(朴在熙, 또는
순희)
막내 박정희(朴正熙)
그때 첫째 형(동희)은 22세였고, 그 아래로는 대략 3~4세 터울이었다. 위로 두 형은 결혼하고, 큰누님은 칠곡 은(殷)씨 문중으로 출가해 박정희가 태어나던 해에 딸을 낳았다. 박정희 어머니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하고서 딸과 같이 배가 불러오는 게 몹시 남세스러웠다. 게다가 가난한 집에 또 식구가 느는 게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라 뱃속의 아이를 지우려고 애를 썼다고도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