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군에 맞서 싸우고 있는 동학농민군들. 황룡전적지 기념탑에 새겨진 부조물이다.
이돈삼
일본군은 동학농민군의 움직임과 지도자들의 거처를 손바닥처럼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따라서 동학농민군은 적에게 거의 모든 정보를 노출시킨 가운데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다음은 동학군 학살을 위해 파견되는 일본군 대장들에게 인천 주재 일본 병참사령관이 부여하는 훈령이다.
훈령
1. 동학당은 현재 충청도 충주ㆍ괴산 및 청주 지방에 군집해 있고 그 여당은 전라ㆍ충청 양도소재 각지에 출몰한다는 보고가 있으니 그 근거지를 찾아서 이를 초절할 것.
2. 조선정부의 요청에 따라 후비보병 제19대대는 다음 항에서 가리키는 3로로 나누어 진군하고 조선군과 협력해서 연도에 소재하는 동학당의 무리를 격파, 그 화근을 초멸해서 재흥(再興)의 후환을 남기지 않음을 요함. 그리고 그 수령으로 인정되는 자는 포박해서 경성 공사관으로 보내고 더욱이 동학당들의 왕복서류와 거괴들의 왕복서류 또는 정부부내의 관리나 지방관 혹은 유력한 계통에서 동학당과 왕복시킨 서류는 힘을 다해 이를 수집하여 함께 공사관에 보낼 것.
그러나 협박에 못 이겨 따른 자에 대하여서는 그 완급의 정도를 헤아리고 귀순해 오는 자는 이를 관대히 용서하여 굳이 가혹하게 처분하는 것을 피할 것. 단 이번에 동학당 진압을 위해 전후로 파견된 조선군 각 부대의 진퇴와 군수품조달은 모두 우리 사관(士官)의 지휘명령에 복종케 하고 우리 군법을 준수케 할 것이며 만일 위배하는 자가 있으면 군율에 따라 처분될 것이라고 조선정부로부터 조선군 각 부대장에게 시달되어 있다 하니 조선군의 진퇴는 모두 우리 사관들이 지휘 명령할 것.
3. 보병 1개중대는 서로 즉 수원 · 천안 및 공주를 경유해서 전주부가도로 전진하고 그 도로 좌우에 있는 영읍을 정찰할 것이며 특히 은진ㆍ여산ㆍ함열ㆍ부안ㆍ금구ㆍ만경ㆍ 고부ㆍ흥덕 지방을 엄밀히 수색하고 더 전진해서 영광ㆍ장성을 경유해서 남원으로 진출, 그 진로에 있는 좌우의 역읍을 정찰할 것이며 남원 정찰은 각별히 엄밀히 할 것.
보병 1개중대는 동로(우리 군의 병참노선) 즉 가흥ㆍ충주ㆍ문경 및 낙동을 경유해서 대구부 가도를 전진하고 그 진로 좌우에 있는 각 역읍을 정찰할 것이며 특히 음성ㆍ괴산ㆍ원주ㆍ청풍은 수색을 엄밀히 할 것.
각 중대는 될 수 있는 대로 서로 기맥을 통하고 각처에서 가능한 한 합동으로 초절하는 방략을 취해서 함께 그 초절의 실효를 거두도록 할 것.
각 중대는 적의 무리를 초토해서 그 여진을 볼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경상도 상주에 집합해서 후명을 기다릴 것. 대대본부는 중로 분견대와 함께 행진 할 것.
4. 각로로 나누어 진군하는 중대는 대략 별지 일정표에 준거할 것이며 동로 중진중대는 약간 먼저 보내서 비도를 동북쪽에서 서남으로, 즉 전라도 방면으로 구축하도록 노력할 것. 만일 비도들이 강원 · 함경도 방면, 즉 러시아 국경에 가까운 지방으로 도주하게 되면 후환을 남기는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니 엄히 이를 예방할 것. 단 될 수 있는 한 서로 연락을 취하고 각기 그 소재를 알리도록 꾀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