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합 거리
차노휘
다시 방문할 것을 예감해서인지 욕심을 부렸다. 다합을 다시 찾았을 때 내 손길이 닿아 잘 자란 청년이 있었으면 싶었다. 다합에서 얻은 것에 보답하는 길이라고도 생각했다. 한 소년을 후원하기로 했다.
S였다. S는 센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소년이다. 다합에 막 도착해서 센터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로 향할 때 그가 내 캐리어를 끌어주었다. 영어를 썩 잘한 편이 아니어서 시원한 소통을 할 수 없었지만 배가 고팠던 나를 위해 슈퍼마켓으로 뛰어갔다.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는 빵을 사다주었다. 형편없는 게스트하우스 시설에 다시 호텔로 숙소를 옮겼을 때에도 짐을 옮겨주었다. 직원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아이에 대한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가끔 게을렀고 휴대폰을 자주 봤으며 농담이 지나쳤다. 지나친 농담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나를 유치하게 보복하기도 했다. 센터에서 나눠주는 빵을 나만 쏙 빼고 다른 사람에게는 인심을 쓰듯 던져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는 어렸다.
다합 거리에는 수많은 청년들이 일을 한다. 제법 배운 사람들이 카이로에서 와서 여행자를 상대하기도 하지만 잡일 하는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 다합 변두리 출신들이 많다. S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들은 밤새 손님들을 호객하고 서비스하고도 아침 일찍 일어나 그날 장사 준비를 한다. 훈련을 끝내고 호텔로 향할 때면 그들이 어두운 밤 불빛을 찾아 날아드는 나방처럼 보이기도 했다.
떠나기 하루 전 센터 대표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단단한 체격에 보통 키, 속눈썹이 길고 큰 눈에 장난기가 가득 찬 호감형이었다. 다합에서 알아주는 스쿠버다이빙 실력자였다. 잘 웃고 농담을 잘하며 사교적이었지만 나는 그의 무표정한 얼굴을 가끔 접했다. 그는 사업가였다. 그에게 S를 후원할 생각이며 다이브 마스터가 되려면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간혹 펀 다이빙을 다녔던 O센터에도 문의를 한 뒤였다. 그는 그곳보다 훨씬 더 비싸게 말했지만 나는 그에게 맡기기로 했다. S는 그곳 센터 직원이었고 내가 가까이에서 접했던 훌륭한 강사들이 상주해 있었다. 또한 좁은 동네에서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것도 좋지 않을 터였다.
대표에게 몇 가지 부탁을 했다. 내가 후원하는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그리고 훈련을 시킬수록 일도 많이 시키라고. 자라면서 요행을 바라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대신 집안 형편이 어려운 듯 하니 다달이 월급을 챙겨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는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비밀은 없는 듯했다. 대표가 일하는 아이에게 많은 돈을 투자할 리는 없다는 것을 아는 듯 S뿐만 아니라 몇은 눈치를 챘다. 다만 금액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