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19일 오후 3시께, 계엄군들이 광주 금난로와 충장로로 출동, 전 지역을 들쑤셔대는 모습.
5.18기념재단
26일의 늦은 밤, 외곽지역의 시민들로부터 도청상황실에 긴급전화가 잇따랐다. 계엄군이 쳐들어온다는 제보였다. 때를 같이하여 도청 행정전화도 끊겼다. 홍보부에서 이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결정하고, 심야에 광주시내 전 지역을 돌면서 마지막 가두방송을 했다.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 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숨져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일어나서 계엄군과 끝까지 싸웁시다."
애절한 여자 목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송원전문대 학생 박영순과 목포전문학생 이경희였다. 외신기자의 증언.
나는 한밤중에 잠을 깼다. 무엇이 나를 깨웠는지 지금도 모른다.(…) 그때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는데, 몹시 흥분하여 날카로운 느낌을 주었다. 이 아가씨가 앳된 목청으로 소리치는 동안 울려나온 말들은 동일하게 반복되면서 하나의 비명, 하나의 부르짖음이 되어 모르면 몰라도 십여 분간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여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지?
"지금이 마지막이다!"
골자는 틀림없이 이것이었다. 거기다 시민들에게 밖으로 나와서 대학생들, 기껏해야 몇 명 안 되는 대학생들과 합류하라고 호소하는 내용이 덧붙혀진 것 아닐까? 그 목소리에 실려 있던 걱정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주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