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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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오른 검찰개혁 법안(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을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한 달여 기간 법안의 체계⋅자구심사 기간을 확보해주고 여야의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정치개혁 법안(만 18세 선거권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 본회의에 부의되는 11월 27일 이후로 '디데이'가 잡힘에 따라 검찰개혁안과 정치개혁안이 같은 날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검찰개혁에 대한 공이 완전히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는 더 이상 이를 지체할 명분이 없다. 하루 빨리 패스트트랙에 오른 정치개혁 법안과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한국당에 가로막힌 국회
지금 국회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자유한국당의 방해 때문이다. 이들은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방해하기 위해 자신들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로 어겨가며 동료 의원을 감금하고 국회 의안과를 점거, 팩스 등 사무기기를 파손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출석요구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는 자신들이 법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특권의식에 다름이 아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치와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행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황교안 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서서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검찰에 고발된 국회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나서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황 대표는 "아직 공천 가산점에 관해 결정된 바 없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법무부장관이자 국무총리 출신인 당 대표와 판사 출신인 원내대표가 대놓고 법치를 무시하고, 불법을 저지르라고 부추기고 나선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법사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은 '공문서 불수리 예정 통지'라는 공문을 국회의장에게 보냈다. 문희상 의장의 본회의 부의 통보를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우왕좌왕 답답한 집권여당
이 모든 상황을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할 집권여당의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 패스트트랙을 불법적으로 가로막으면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지금도 검찰개혁을 가로 막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협상을 하겠다고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정치개혁⋅사법개혁 법안에 명확히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협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제 20대 국회도 채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더 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다. 자유한국당은 오로지 시간을 끌면서 개혁 법안이 좌초 되길 바랄 뿐이다.
지금 집권여당이 해야 할 일은 12월에 국회 본회의에 올라올 정치개혁⋅사법개혁 법안의 통과에 필요한 과반수를 확보하는 일이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지난 시기 정치개혁⋅사법개혁 법안을 똘똘 뭉쳐서 패스트트랙에 태웠던 야당들과의 공조를 단단하게 복원하는 일이다. 지난 10월 23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가칭)대안신당의 유성엽 대표 그리고 원외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모여 집권여당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과 현재 패스트트랙 법안 수정⋅보완 논의를 함께하고 본회의 처리에 힘을 모을 것을 촉구했다. 집권여당이 이들과 힘을 모으면 과반수는 충분히 확보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