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마우 봉기 당시, 순찰 중인 영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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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고령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처럼, 마우마우 투쟁의 한을 평생 간직한 피해자들이 2009년 영국으로 건너가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정희라 경희대 교수의 글 '마우마우 재판의 교훈: 영국의 과거사 반성과 보상'은 이들이 겪은 참혹한 일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원고 중 가장 연장자인 파울로 느즐리는 영국군에게 가축들에게 쓰는 펜치로 거세를 당했고, 움부구닌기는 죽도록 맞고 주검들 가운데 버려졌었다. 그리고 여성인 제인 마라는 당시 15세의 나이에 끓는 물이 담긴 병을 질 속에 넣는 성고문을 당했던 피해자였다."
-이주사학회가 2013년 발행한 <호모 미그란스> 제8호.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러 영국까지 건너온 이들 앞에서, 영국 고등법원은 대영제국의 잘못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 대법원 민사2부 판결이 나온 지 4개월 보름 뒤인 2012년 10월 5일 영국 고등법원은 영국 정부가 배상 의무가 있다고 선고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2013년 6월 윌리엄 헤이그 외교장관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피해자에 대한 금전 지급 및 기념관 건립 등을 약속했다.
이 같은 영국 정부의 태도와 관련해 염운옥 고려대 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2015년 <영국 연구> 제34호에 실린 '식민지 폭력 피해와 배상 - 케냐 마우마우의 사례'라는 논문에서 "마우마우 사건으로부터 약 60년이 흐른 뒤 영국 정부는 케냐인 식민지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받아들였다"며 "식민통치 시기에 고문 피해에 대한 개인 배상에 합의한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6년 기준으로 소송에 나서는 마우마우 피해자는 4만1000명이 넘는다. 상당한 액수의 배상금 지급이 수반되어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그런데도 영국 법원이 그것을 각오하고 배상 판결을 내린 점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비슷한 흐름이, 인도네시아를 350년 이상 식민지배한 네덜란드의 법원에서도 나왔다. 네덜란드는 1946년과 1947년에 인도네시아 라와게데 등에서 발생한 독립투쟁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대량학살을 자행했다.
이때 참혹한 경험을 겪은 피해자들이 2008년 네덜란드로 건너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헤이그 지방법원은 네덜란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법원은 소멸시효의 경과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피해자 구제에 적극적이었다. 강병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네덜란드의 인도네시아 식민지배 배상판결에 관한 연구'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라와게데 판결은 법과 역사 양쪽에 모두 걸쳐 있으며, 네덜란드 국가와 사회에 대해서 그동안 외면했었던 과거를 직시하도록 촉구하는 면이 있다. 라와게데 판결은 라와게데 사건보다 더 넓은 견지에서 네덜란드 국가와 사회가 자신의 식민통치시대를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국제법평론회가 2014년 발행한 <국제법 평론> 제40호.
물론 영국 고등법원과 네덜란드 지방법원의 과거사 판결이 제국주의 후예 국가들의 일반적인 태도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태도가 잘 반영하듯이, 과거의 제국주의 국가들은 지금도 여전히 사과와 반성에 소극적이다.
또 영국·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은 아시아·아프리카의 국력 상승에 부응하는 것인 측면도 없지 않다. 경제력과 정치력이 상승하는 이 지역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판결이 나온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영국·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은 한국 대법원 판결이 갖지 못한 중요한 의의를 담고 있다. 식민지배를 당한 피해자 국가가 아니라 가해자 국가가 자기 반성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한미일 삼각동맹의 영향을 받는 데다가 일본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강한 나라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상당히 용감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청산을 추동하는 한국인들의 에너지가 대법원을 용감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2010년대 들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일부 국가에서 제국주의 침략을 단죄하는 판결들이 나오는 것은 세계의 미래를 밝게 하는 징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향이 대세를 이룬다면, 일본 정부도 지금의 태도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일본이 그런 흐름을 쉽게 따를 것 같지 않다. 국가 간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느니 경제협력기금으로 처리하는 방안이 있다느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은, 일본 정부가 세계사의 최신 흐름에 뒤처져 있음을 느끼게 하고도 남는다.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판결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진보적 판결들이 일본 같은 '후진국가'를 탈바꿈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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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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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네덜란드의 자기반성... 일본이 공부해야 할 판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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