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합의 밤거리.
차노휘
다음날 줄리아가 출근을 했을 때 나는 그녀와 상의를 했다. 공포증이 있던 내가 이 정도까지 온 것도 대단한 일이다, 이 정도에서 멈춰야 할까 등 밤새 여러 방향에서 고민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다. 훈련이 힘들긴 했지만 견뎌내고 있었다. 다합에서도 한국인끼리 모여서 하우스셰어를 하지만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원했다. 외로운 것? 그런 것도 없었다. 다만 열등생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그 패배감이 죽기보다 싫었다.
거두절미하고 줄리아에게 제시했다. 돈을 더 내더라도 개인과외를 받아야겠다고. 가이딩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상황을 한번 봐요. J부터 가이딩 테스트를 하면 물속이 더 밝아질 수도 있으니… 개인과외는 그다음 생각해봐요."
결과적으로 줄리아는 유능했다. 상황 판단이 정확했고 결단력이 있었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구분할 수 있었다. 자신감까지 심어주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DM이 되고 강사가 되기 위해서 받았던 훈련(남편인 조나단에게 받았다). 발차기를 하지 못해서 조나단에게 무시를 당했던 일. 오기를 품고 발차기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인대가 손상될 수도 있다는 의사 진단에 한 달 정도 다이빙을 하지 못했던 일(그녀의 뒤꿈치에 지금도 선명한 흔적이 있다). 다합에 와서 자리 잡기까지의 힘든 과정 등.
그날 점심 식사 후 J의 가이딩 테스트가 있었다. 어제 처음 갔던 코스는 여전히 시야가 좋지 않았지만 그는 무사히 해냈다. 미션도 잘 처리했다. 두 번째 코스는 내가 가이딩 할 때 그가 딴 짓만 했던 곳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어 반환점에서 줄리아가 가이드 역할을 대신했다. 출수하고 그는 말이 없었지만 얄궂게도 나는 그의 실패가 나의 위안이 되어 자신감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