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터널굴착기 제작회사인 히든챔피언 '헤렌크네히트'의 작업장.
헤렌크네히트
독일 경제부 장관인 알트마이어는 이들 기업들을 "독일 경제의 비밀병기"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렇다고 독일 대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은 더욱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지멘스와 SAP, 세계 명품자동차 시장을 권하는 벤츠, BMW, 아우디, 그리고 화학회사 및 제약회사인 BASF와 바이엘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즐비하다. 세계 경제대전에서 독일 글로벌 대기업은 항공 모함의 역할, 히든 챔피언들은 쾌속정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 어떤 중소기업이 히든챔피언으로 발전하는가?
이를 파악하기 위해 필자는 지금까지 독일 미텔슈탄트 기업인 70여명을 만났다. 이들은 한결같이 4가지를 꼽고 있었다. 먼저 공동체 정신이다. 임직원 관계가 수직적이고 권위적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로 한 식구같이 지낸다는 설명이다.
둘째, 기술경쟁력이다.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대기업보다 더 많은 한 해 매출액의 6~7%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대기업보다도 기술력이 뛰어날 수 있다.
셋째, '마이스터' 대표되는 직원의 경쟁력이다. 지멘스 사관학교 등이 보여주는 '이원적 교육', 즉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시스템으로 산업 역군인 '마이스터'를 양성하고 있다.
역량이 뛰어나 고용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확보해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쟁력이다. 이들 기업은 창업과 동시에 글로벌로 진출한다. 기업 매출액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어들일 정도다.
독일 경제가 강한 또 다른 이유와 배경에는 '신자유주의'의 미국과 한국과는 다른 자본주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사회적 시장경제', 혹은 '라인 모델'이라고도 부른다. 시장에서 질서 있게 경쟁하되 그 과실을 국민 경제에 이바지 하도록 골고루 나누는 모델이다. 사유재산을 인정하지만 공동선을 추구한다.
독일 기업들은 미국과 달리 주주 이익이나 이익극대화보다는 종업원, 협력업체, 공동체, 산업 발전, 그리고 고객을 우선시한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서 '갑을', '납품가 후려치기' 등이 있을 수 없다. 또한 경영자가 임직원에 폭행 혹은 사적인 강요를 하는 행위는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더욱 있을 수 없다.
오히려 노사가 '파트너'로서 '노사공동결정권'을 제도화했다. 임직원 및 노조 대표들이 회사 경영과 인사에 참여할 뿐 아니라 투명하게 경영하도록 감독하는 시스템이다. 독일 경제가 강한 또 하나의 힘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프라운호퍼 등 실용연구소와 대학과의 협업 시스템에 있다.
독일에서는 '구구 팔팔'이라는 용어가 있다. 기업의 99%가 미텔슈탄트(중소기업)이며, 이들이 산업연수생 88%를 교육 양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경제에 허리일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은 가족 기업이 많을 뿐 아니라 차입 경영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