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와 연계된 재취업이 쉽지 않으니 자격증을 딸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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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의 하프타임' 연재를 위해 또래 남자들을 두루 만나고 있다. 내가 만나본 50대 남성 직장인들은 대부분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다. 고민은 계획을 세우게 했다. 회사를 나간 후를 미리 생각하고 있었던 것. 그들이 꿈꾸는 미래는 대략 세 방향으로 나뉘었다.
첫째, 내가 만나본 50대 남성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미래는 재취업이다. 재취업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게 현재 직무와 관련된 재취업이다. 특히 대기업 출신들은 오랜 회사 생활 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회사나 탄탄한 중견기업에 들어가길 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기업 소속이 아닌 사람들도 직무 관련 회사에 다시 취업하고 싶어 한다. 기왕이면 임원으로 들어가 정년이라는 구애 없이 오래 일하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서 느낀 건 그들에게 회사 생활이 어떤 관성처럼 자리 잡은 듯하다는 점이다. 3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닌 그들은 출근하지 않는 아침을 상상하기조차 싫어하는 것 같았다.
직무와 연계된 재취업이 쉽지 않으니 자격증을 딸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주택관리사', '공인중개사' 같은 국가 자격증이나 '숲해설가', '문화해설사' 같은 자격증을 따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방송 때문에 상담 전화가 많이 옵니다. 자격증 따기 어렵지 않아요. 교육비 지원도 가능하니까 상담받으러 오세요."
서울 인근 어느 중장비 학원과 통화한 내용이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굴착기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는 연예인을 보고 연락해 본 것이다. 학원 측에서는 취업은 물론 사업도 연결해 준다며 꼭 자기 학원에 등록하라고 당부했다.
둘째, 취업보다는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평생 회사 다녔는데 또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과 "현실적으로 재취업이 어려울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뒤섞인 듯했다. 그중에는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귀농 상담을 많이 합니다. 직접 찾아오는 분들도 많고요. 준비한 만큼, 공부한 만큼 성과가 있는 게 농사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10년 전부터 경북에서 버섯재배를 하는 B(53)씨의 말이다. 이처럼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구체적인 정보를 찾아보거나 주위에 귀농한 지인들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농업 자체가 기술이기 때문에 교육기관을 알아보기도 한다고. 방송통신대 농학과는 인기학과가 된 지 이미 오래됐고, 사이버대도 농업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추세라고 한다.
흥미로운 건 '귀어'를 생각하는 50대 남성들도 일부 있다는 것이다. 아마 낚시가 인기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들은 우선 '동력수상레저기구조종면허'부터 따고 그다음은 차차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어업을 하려면 배 조종 면허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어촌계나 수협 이용은 물론 각종 어업 지원사업 응모에도 배 조종 면허증이 있어야 한다고.
회사 때문에 고민하는데... 회사 때문에 못 하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