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기준이 점차 뚜렷해져가는 아이
이희동
그것은 손톱을 뜯는 둘째의 습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이는 언제부터인가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뜯었다. 아내는 그런 녀석을 볼 때마다 잔소리를 했다. 손톱 모양이 못생겨질 뿐만 아니라 손톱이 너무 짧게 되면 그리로 병균이 들어간다나.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녀석은 계속 손톱을 뜯었고 엄마한테 혼나면 몰래 발톱이라도 뜯어야 속이 시원했다. 책을 보니 손톱을 뜯는 것은 뭔가가 불안할 때 나오는 증상이라는데, 처음 들어간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지만 그보다는 당장 손톱 뜯는 것이 더 거슬렸다.
아내는 결국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 엄마의 잔소리가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아내는 둘째에게 아빠의 이름을 팔았다. '네가 엄마 말을 듣지 않는다면 아빠가 크게 혼낼 거'라는.
나는 아내의 말을 이어받아 둘째에게 경고했다. 이제부터 한 번이라도 손톱 뜯는 행동을 들키면 진짜 대차게 맞을 줄 알라고. 그리고 속으로 간절하게 빌었다. 부디 녀석이 손톱을 뜯지 말기를. 아니 뜯더라도 들키지 말기를. 어디 자식 때리는 부모 마음이 편하겠는가.
하지만 둘째는 계속해서 손톱을 뜯었고 나는 경고의 표시로 매를 들었다. 아니 들어야만 했다. 한 번 뱉은 말이기에 지키지 않으면 아빠의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딱 10대. 나는 있는 힘껏 아이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녀석은 맞을 때마다 울고불고 악을 썼다. 아이는 "다시는 안 뜯겠다"며 한 번만 봐달라고 애원했지만, 나는 여기서 멈추면 '도로 아미타불'이라는 생각에 계속 체벌을 이어나갔고 끝내 10대를 다 때리고야 말았다.
폭풍같이 흘러간 시간, 아내는 불같이 뜨거운 아이의 엉덩이에 약을 발라주었고 아이는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엎드린 채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들었다. 부모로서 가슴이 너무 아팠지만 그렇다고 자책하지는 않았다. 나 역시 그렇게 부모님께 맞으면서 자랐고, 그것을 계기로 나쁜 버릇을 고친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