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원은 가장 잘 보이는 곳을 가장 깨끗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최명숙
나는 미화반에서 '막내'로 불렸다. 나이 오십에 막내가 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초보에다 막내인 만큼 새로 배워야 할 것들은 많았다. 밀대, 끌대, 리스킹, 마포걸레, 이지타월 등 다양한 청소도구의 기능과 명칭, 각 층의 구역과 수많은 방들의 이름, 매일 해야 할 것과 가끔 해도 되는 것, 깨끗해 보여도 닦아야 하는 곳과 더러워 보여도 손대지 말아야 할 곳, '이렇게 해줘야' 하는 일과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일 등을 배웠다.
이 곳 미화원 중엔 대기업 건물의 미화반 관리자로 일했던 분도 있고, 수십 년간 호텔에서 메이드로 근무했던 분도 있었다. 제각기 청소라면 남부럽지 않게 할 만큼 해봤고 알 만큼 안다는 분들이어서 그분들이 나름대로 익히고 터득한 청소법에 대해 나는 일단 "아아, 네에―" 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청소라는 게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이라기보다는 상식의 범주에서 생각하고 판단하여 매뉴얼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일이기에, 어느 정도 일을 하다 보니 질문들이 생겨났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과연 청결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청결이란 첫째, 위생적이고, 둘째, 안전하고, 셋째, 보기에 깨끗한 상태다. 무엇보다 세균이나 병균이 없고 건강에 해롭지 않은 것이 청결의 우선적 요건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 곳 미화반의 작업은 보기에 말끔하고 반들반들 윤이 나는 상태를 만들기 위한 일이었다. 눈으로 훑어보았을 때 얼룩과 티가 없게 만드는 것이 미화원의 가장 중요한 의무였다.
화장실 세면대와 거울의 물기를 수시로 닦아 매끈하고 반짝거리도록 유지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거울 위 보이지 않는 곳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바닥에 보이는 얼룩은 반드시 없애야 하지만, 마루 틈 사이사이에 잔뜩 낀 해묵은 먼지는 그대로 두어도 상관 없었다.
사실 자기 집처럼 애정을 갖고 있는 장소를 꼼꼼히 청소해보면 어디를 살피고 닦아내는 것이 진짜 깨끗한 청소인지를 알 수 있다. 먼지는 언제나 구석으로 몰려가기 때문에 구석과 가장자리를 청소해야 하고, 손에 닿지 않는 곳, 눈에 보이지 않는 곳, 가구의 아래쪽에 쌓인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또 손으로 자주 만지는 곳은 깨끗해보여도 세균이 생기기 때문에 스위치라든가 손잡이, 문고리, 버튼 등은 늘 닦아줘야 한다. 또 걸레, 스펀지, 변기솔, 쓰레기통 등 청소도구들은 햇볕에 말리거나 소독해줘야 위생적인 청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보이지 않는 곳을 청소하는 게 더 깨끗하고 더 위생적인 청소라 할지라도 티가 나지 않는 일을 할 수는 없다. 가장 잘 보이는 곳을 가장 깨끗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깔끔하고 아름다운 외관을 위해 너저분해 보이는 청소용품과 도구들은 눈에 띄지 않도록 가장 구석지고 어두운 곳에 숨겨진다.
환기도 할 수 없고 일광소독도 할 수 없다. 장갑이나 걸레, 빗자루와 쓰레기통을 햇볕 아래 늘어놓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미화원이 머무는 방 역시 모든 방 중에 가장 폐쇄된 공간이다. 청소의 결과는 환하게 빛나야 하지만, 청소의 물적 인적 자원은 철저히 안 보이도록 감추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 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