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는 부모이기 이전에 연인이었다. 엄마와 아빠도 성적인 욕구가 있는 존재이고, 친구들이 생각하는 로맨틱한 말과 행동들을 하며 서로 사랑을 나누는 사이라고 알려줄 필요가 있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중 한 장면.
싸이더스
- 맞아요. 한번은 드라마에서 주인공들 키스 신이 나올 때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저거 엄마아빠도 다 해봤어"라고 했다가 애들이 소리 지르면서 놀라더라고요.
"제가 청소년 친구들과 성 이야기를 할 때 꼭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개인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엄마와 아빠도 성적인 욕구가 있는 존재이고, 친구들이 생각하는 로맨틱한 말과 행동들을 하며 서로 사랑을 나누는 사이라고 알려줘요. 그러면서 그러니 꼭 두 분만의 로맨틱한 시간, 혹은 성적인 시간을 보장해 드려야 한다고 이야기 하죠.
아이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아빠가 엄마아빠였기 때문에 둘 사이를 가족의 정서로만 체감하기 쉬워요. 또 부모 역시 아이들 앞에서는 연인보다 '동지'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더 많지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어느 정도 커서도 머리로는 부모님이 연인 사이라는 걸 인정해도 감정으로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실제로 제가 상담한 20대 친구는 대학생 때 시험 공부하다 부모님이 섹스 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길 했어요. 섹스 하는 소리가 충격이라기 보다 평소 엄마아빠에게 전혀 느껴보지 못한 두 분 사이의 성적인 긴장감, 욕망 등이 너무 낯설게 느껴져 더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이런 건 좀 안타까워요. 엄마아빠가 아이들 앞에서 일부러 섹스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평소에 자연스러운 스킨십과 애정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이 친구가 받은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엄마아빠가 따뜻하게 서로를 안거나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이런 표현들이 아이들에게 부모가 연인으로서 서로를 사랑하고 자연스럽게 성적 욕구를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려주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부모의 애정 표현이나 섹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구요. 제발 장난이라도 애정표현에 대해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냐!' 하는 이런 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는 배운 사람이니까!"
- 근데, 심쌤. 이건 정말 오래간만에 물어봐도 되나 싶은 질문인데요. 아무래도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는 아이들과 함께 자는 부부들이 많은데, 혹시라도 아이들이 엄마아빠의 섹스를 보게 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부부의 은밀하고 즐거운 시간을 굳이 아이들이 있는 방에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긴 해요. 맘 놓고 즐기기가 어렵잖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부득이 하게 아이들이 있는 방에서 섹스를 하게 된다면 아이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 좋겠지요? 하지만 아이들이 부모의 모습을 보게 된다고 해도 마치 못할 짓을 한 것처럼, 혹은 큰 실수를 한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담담하게 수습을 하고 아이의 상태와 상황에 따라 당일이나 다음 날 대화를 시도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가령, 저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시끄러워서 깼다"는 아이에게 일단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라고 한 뒤 다시 재웠어요. 그리고 다음 날 "뭐 하느라 그렇게 시끄러웠어?"라는 아이의 물음에 그 전에 말해준 섹스를 언급하며 "아빠랑 오랜만에 사랑을 나눴다"고 말해줬어요."
- 아이와 이토록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니, 놀라워요.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이게 가능하다는 거죠?
"기자님도 가능해요! 제가 특별해서가 아니에요."
- 엉엉. 저는 그래도 심쌤의 가정이니까 가능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더 들어요.
"물론 부모의 성향과 스타일에 따라 조금 더 수월한 경우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성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이야기 하며 자라왔기 때문에 저희 아이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우리 어른들이 어렸을 때부터 성에 대해 편견없이 배워왔다면 어땠을까요? 부끄럽고 민망한 이미지로 성을 알게 되기 전에 우리 삶에 아주 밀접한 부분으로, 일상의 언어를 통해 자연스레 알아왔다면요. 그랬다면 지금처럼 아이들과 성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이렇게 고역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또 적어도 부모의 성향과 스타일에 따라 할 수 있고 없고를 이야기 할 필요도 없었을 거 같구요.
'성을 이야기하는 일은 중요하다!', '성은 부끄러운게 아니다!'라고 자꾸 스스로 말해주면 어떨까요? 그러면서 조금씩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요? 늘 말하듯이 자기만의 언어로요. 거창하게 전문가처럼 하려고 하기보다 나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해 보는 거죠. 실수해도 돼요. 오늘 실수 하면 시간을 가지고 나중에 다시 시도하면 돼요.
정 안 되면 믿을 만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도 있구요. 하지만 아이들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생각이 훨씬 유연하다는 걸 믿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성과 섹스에 대한 이야기일지라도요. 그러니까 너무 두려워 하지 말아요. 설령 아이들에게 우리의 은밀한 모습을 보였다 해도 피하지 않고 담담하고 솔직하게 대화를 시도해 보아요!"
- 어렵겠지만 노력해 볼게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섹스에 대해 말하기 어려워 하는 이유가, 이야기를 하면 더 궁금해 할까봐 두려워서라고 해요. 실제로 호기심이 왕성해진 아들이 '엄마랑 섹스해 보면 안돼?" 하고 물어봤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 질문이나 호기심을 부모들이 두렵다는 이유로 피하기만 하면 결국 아이들은 솔직하고 건강한 성 이야기를 나룰 기회를 잃게 되는 거예요.
아이들의 질문에 꼭 훌륭한 대답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이런 말로도 충분해요. "섹스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거야. 네가 엄마를 사랑하긴 하지만, 엄마를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는 건 좀 다른 거야" 혹은 "너는 엄마(아빠) 아들이라서(딸이라서) 섹스를 할 수는 없어. 대신 우리는 많이 안고 뽀뽀는 할 수 있지!" 등의 우리 모두가 알 만한 이야기를 편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강조하지만 아이들은 좋은 말 뿐 아니라 우리의 태도와 뉘앙스, 살아가는 방식, 일상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니까요. 그러니까 우리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귀찮아 하지 말고,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해보자고. 저희가 아는 것에서부터 천천히요. 그 길에 언제나 심쌤이 함께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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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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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섹스를 봤을 때... 아이들이 충격 덜 받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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