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이전의 표현을 주제로 문자의 소중함을 표현하고 있는 '세계문자심포지아 2018' 황금사슬 오프닝 퍼포먼스/2018년/글씨 강병인/사진 윤용기
강병인글씨연구소
20년의 내공을 가진 멋글씨예술가로서 이제는 안주할 법도 하건만, 그는 결코 자신이 쓴 글씨에 만족하는 법이 없다. 이전에 쓴 글씨를 돌아보며 더욱 나아지는 내일을 꿈꾼다.
"제가 해놓은 작업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때도 있지만, 되돌아보면 부끄러운 결과물들도 분명 있어요. 그렇지만 끊임없이 제 자신을 공부의 길로 내몰고 글씨를 쓰는 이유는 남의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을 만들기 위함이잖아요. 글씨는 나의 삶이고 어쩌면 전부이고 너무도 큰 즐거움이기 때문에 잘된 것만 나열해놓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초기에 쓴 낯부끄러운 글씨들도 제가 걸어온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에 홈페이지에도 그대로 둡니다. 제자들에게 교육할 때도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90년대에 썼던 글씨를 보면 정말 엉망이다' 하면서 초기작을 보여주기도 하죠."
갇힌 틀을 깨고, 새것을 창조하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한글학회, 세종대왕 생가터, 주시경 집터, 광화문광장 등 한글 관련 시설이 풍부한 세종대로 일대를 한글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관광 중심지가 조성됐다. 그는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추진한 '한글마루지사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홍대에서 서촌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한글이 태어난 곳이자, 한글의 최종 성지인 이곳에서 한글을 더욱 가치 있게 빛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작업실을 '세종의 한글 정신을 잇는 이들이 꿈꾸는 터'로 규정하고, 교육을 통해 많은 이들과 그 가치를 나눠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