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하는 도중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을 하자,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 대다수가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아 빠져 나간 후 텅 빈 국회 모습.
이희훈
먼저 2018년 12월 15일, 신임 나경원 원내대표가 직접 서명한 선거제 개편에 관한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문에 대한 완전한 입장 번복을 둘 수 있다.
합의문 1항에는 '연동형비례대표제 합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고 명기돼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2월 임시국회 보이콧에 이어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어떠한 선거제 안도 제출하지 않은 채 몽니만 부리다가 여론에 밀려 3월 10일 허둥지둥 가까스로 뜬금없는 안을 제출했다.
나 원내대표는 직접 설명을 통해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내 손으로 뽑을 수 있는 의원으로 의원정수를 270석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편, 3월 11일에는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전 세계에서 2개의 국가만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라고도 주장했다.
선거제도에 대한 그의 기본 인식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첫째, 여야간 연동형비례대표제 구체방안을 적극 검토하자고 합의해 놓고 돌연 3개월 뒤 비례대표제를 완전 폐지하자는 주장은 서면합의를 전면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둘째,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제라고 단정했는데, 스웨덴·네덜란드 등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다수의 국가에서 개방형(자유형) 명부방식을 통해 비례대표 후보를 직접 선출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이다. 셋째,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독일·뉴질랜드 단 2개의 국가에서만 채택했다고 했지만 OECD 37개 국 중 무려 31개국(이 중 24개국은 전면적인 비례대표제)이 채택하고 있다.
심지어 나 원내대표가 비례대표제가 없는 선진국의 예를 든 프랑스만 하더라도 현재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의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기초적인 상식에도 못 미치는 '가짜뉴스'에 가깝다.
②연동형비례대표제가 국회의원 수를 늘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나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새로운 선거제 개편안이 국회의원 수를 늘린다는 허위 주장도 버젓이 진행했다. 지난 3월 말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동작구에 본인 명의로 현수막을 게시했다. 내용은 '국회의원, 늘어나도 좋습니까? 연동형비례대표제 막아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이 말인 즉 3월 17일 여야 4당이 마련한 선거제 개편안이 국회의원 수를 늘리려는 속셈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가짜뉴스'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의 설명처럼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은 초과의석을 발생시키지 않는 조건,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는 조건을 바탕으로 설계된 안이기 때문이다.
이 현수막은 비단 나경원 대표의 지역구 뿐만 아니라 여의도를 비롯해 전국 주요도시에 조직적으로 게시됐는데, 한 시민단체는 이 현수막을 게시한 한국당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을 3월 27일에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