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
종로문화재단
예리한 통찰력으로 시대의 현안을 꿰뚫어보고, 사색하게 하는 화두를 던지며, 왕성한 필력으로 가르침을 전해온 이어령 선생은 줄곧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자, 우리의 정신적 스승이었다.
무수한 과거의 어록들이 다시 회자되듯이, 그가 지금 전하는 이야기도 현재를 지나 미래로 부쳐질 전언(傳言)이 될 것이다. 암 선고를 받은 이후에도 펜을 놓지 않고 하루하루 치열한 생을 살고 있는 그는 우리의 정신적 고향을 잘 가꿔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젊음이 영원하리라, 죽음이 멀리 있노라 망각하고 사는 동시대인에게 '메멘토 모리'를 잊지 말 것을 힘주어 당부했다. 지난 5일 그의 서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였다.
시대의 지성이 되기까지
이어령 선생은 스물 둘의 나이에 <한국일보>에 기성 문단을 날카롭게 비판한 글 "우상의 파괴"를 발표하며 국내 문단계에 새로운 담론의 장을 연다. 혜성같이 등장한 그는 남다른 혜안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부지런히 꿰어가며 시대가 나아갈 비전을 제시한 크리에이터였다.
4.19 직후 불과 스물여섯의 나이에 <서울신문>의 논설위원이 된 이래,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중앙일간지 논설위원을 역임하며 시국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칼럼니스트로 우뚝 섰다. 또 서울올림픽 올림픽 개·폐막식 총괄기획자, 새천년준비위원장, 한·일 월드컵 문화관광대표로 활약하면서 두고두고 회자될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정적의 미학을 극적으로 구현해낸 굴렁쇠 소년의 퍼포먼스와 즈문둥이(밀레니엄 베이비)가 탄생하는 장면을 전 세계에 생중계한 이벤트 모두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1990~1991년에는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기틀을 세웠고,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하며 학생들에게 참교육을 전했다. 또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젊음의 탄생> 등 수 십 권의 명 저서를 집필해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영감을 일깨워주며 '시대의 지성'으로 불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