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국 정의당 후보를 비롯한 이정미 대표, 심상정 의원이 31일 창원 거리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조혜지
판세는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한국당 강기윤 후보의 초접전 양상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공표도 금지된 깜깜이 선거운동 기간인 데다가 사전투표율 14.7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에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후보단일화에 성공한 여영국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정의당-민주당 후보 단일화 효과는 반대로 바닥에서부터 보수표 결집이라는 반작용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높은 사전투표율은 되레 중장년과 고령층 보수 표심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 아니냐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크고 작은 어떤 경기에서든 초조함은 패인으로 귀결될 때가 많다. 초조함은 상황 인식의 객관성을 떨어뜨리고, 예상치 못한 실수를 유인하기도 하며, 과잉대응으로 되려 역풍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옛 이야기로 보자면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패전이 그랬다. 손권-유비 연합군과 비교해 10배가 넘는 군사를 가지고 있었으나 조조는 초조했다. 군영에 퍼진 풍토병으로 병사들이 쓰러지고 있었고, 장기 체류로 인해 고립될 가능성, 그리고 적벽의 승리는 천하통일로 가는 결정적 관문이라는 욕심을 쉬 놓기는 어려웠다.
결국 조바심에 쫓기던 조조는 주유의 거짓 항복에 속아 화공전(火攻戰)에 패하고 말았다. 조조는 이 패전으로 인해 중원 천하통일의 목전에서 위·촉·오 '천하삼분지계'로 나눠지는 결과를 맛봐야 했다.
초조함의 징후들
먼저 지난 3월 30일 황교안 대표가 선거운동을 위해 경남FC 축구경기장인 창원축구센터에 들어가 한 '불법선거운동 논란'이 초조함의 첫 번째 증거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구프로축구연맹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에 따라 '경기장 내 정치적 의사표현 금지'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장 내에서 정당명·후보·기호·번호 등을 노출한 의상, 손팻말, 어깨띠, 손짓 등을 금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경남FC에 따르면 황교안 대표·강기윤 후보 일행은 입장을 막는 관계자들에게 "처음 들어보는 소리" 또는 "다른 후보는 되는데 왜 우리는 안되냐?" 등 항의를 하면서 장내로 진입했다고 한다.
선거운동 기간을 3일 남긴 시점에서 수천 명이 운집하는 축구장만큼 '대목'이 또 있을까 싶지만, 눈살 찌뿌리는 행위로 인한 뿔난 경남 축구팬과 시민들로부터 '민폐' '갑질' '몰상식' 등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남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결론(행정조치)을 내렸다고 하니 설상가상이다. 황교안 대표가 팬들을 향해 치켜세운 V자가 승리는커녕 경남FC의 벌금 2000만 원 중징계로 돌아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렇듯 초조함은 과잉대응을 부추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