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전국 로스쿨 총학생회인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주최로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이 날 참여한 강원대 로스쿨생은, "변호사의 수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국민의 이익을 저해한다"고 말한다.
박은선
- 공부를 중단하고 2.18. 총궐기대회에 참여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로스쿨 교육'과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별개가 아니다. 지난해 치러진 제7회 변호사시험(이하 변시)의 합격률은 49.3%였고 오는 4월 발표될 제8회의 합격률은 44%에 이를 것이라고들 한다. 내가 변시에 응시할 때에는 합격률이 더욱 낮아질 거다. 이로 인해 지금 로스쿨 교육은 그야말로 위기다.
우리 로스쿨에는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지만 변시 관련성이 없으면 대부분 폐강된다. 나는 특성화법이나 실무 수업, 또 형사정책 수업 등을 많이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시험에 나오지 않는' 공부에 집중하면 합격에서 멀어지니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없었다. 로스쿨은 변시 학원과도 같고 이는 낮은 합격률 때문이다. 바로 이런 현실을 나는, 또다른 많은 로스쿨생들은, 정부의 관계자들과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 시민들도 로스쿨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로스쿨은 고시학원이 됐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해달라', '보다 많은 법조인을 배출되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국민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법조인들이 많이 나와야 로스쿨을 만든 목적 그대로, 국민들이 쉽고 편하게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왜 청와대 앞에 모여서 정부에, 법무부에 일련의 요구들을 하는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 국민들이 잘 알지도 체감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 로스쿨에 드리운 편견 때문일 것이다. 금수저, 음서제 이런 오명 속에서 국민들이 로스쿨 학생들의 목소리에 크게 공감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전면적 블라인드 전형 등으로 로스쿨 입시가 '탈락자가 억울하지 않은 입시'로 만드는 노력을 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익명이지만 내 인터뷰도 그 알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입학정원 대비 75%'라는 합격률은 이미 합의된 것이고, 또 로스쿨생들이 이를 이미 알고 입학했으니 합격률을 높이라는 시위는 잘못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그것이 과연 국민적 합의, 사회적 합의였을까? 내가 알기로 '입학정원 75%의 합격률'은 2010년 법무부가 정한 지침에 불과하고 그조차 4기 졸업 시기에 재논의하기로 해놓고 재논의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합격기준처럼 적용되고 있다. 법에도 안써있는 일방적인 법무부의 지침이, 그것도 재논의 약속을 어기고 계속 적용되는 그 지침이 대체 무슨 구속력이 있기에 '입학정원 75%의 합격률을 신뢰하고 입학한 이상 너희에게 입학정원 75% 합격률을 적용하는 것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또 과연 그 지침이란 게 로스쿨 관련법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묻고 싶다. 지금 로스쿨 교육의 붕괴만 봐도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전국에 25개의 고시학원을 만들려고 로스쿨을 만든 게 아니다. 그럼, 그 지침은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문제가 있으면 수정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그 지침이 법규도 아니고, 로스쿨생과 법무부 간의 무슨 계약도 아니다. 아니 계약이래도 사정변경이나 공익상 이유를 이유로 다시 합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법조계의 수많은 관련자들은 지금이라도 로스쿨의 위기를 인정하고 법을 아는 이들답게 지침을 자격시험화에 관한 것으로 수정해야 한다.
다만 자격시험이 되면 변호사로서의 실력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변시에 출제할 판례들을 정해 놓고, 즉 전국공통교재 등을 통해 그 공부를 충실하게 하게 한 다음, 로스쿨에서 엄정하게 학사관리를 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로스쿨 제도에 그렇게 문제가 많다면 차라리 로스쿨을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닌지?
"로스쿨 폐지 주장에는 찬성할 수 없다. 로스쿨 제도 자체는 훌륭하기 때문이다.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사법개혁을 이룬다든지, 사회적 약자가 로스쿨을 통해 사법시험체제에서보다 더 많이 변호사가 될 수 있다든지, 전문변호사가 양성된다든지 장점이 정말 많다.
특히 나는 여러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서 하나의 법적쟁점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동기들 중 사회에서 전문적 직업활동을 하다가 로스쿨에 와 그 분야의 전문변호사를 준비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문제는 이런 장점이 지금의 낮은 변시 합격률 때문에 갈수록 퇴색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로스쿨 자체가 아니라 로스쿨의 장벽인 '현저하게 낮은 합격률'이다.
- 지난달의 총궐기대회에 참여할 때 본인의 공부시간을 뺐기는 등 손해란 생각에 망설여지지는 않았는지?
"학부 때 교수님께서 '피를 흘리지 않은 민주주의는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런 말이 낯부끄럽지만, 뭔가 얻으려면 싸울 수밖에,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로스쿨 정상화에 관심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당장 불합격할 가능성은 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제도가 정상화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촛불시위로 세상을 바꾸지 않았나. 우리도 현재의 로스쿨 제도가 제대로 된 법조인양성시스템이 되도록 바꿀 수 있다. 아니, 그렇게 하기 위해 한 명이라도 더 나서는 것이 로스쿨과 법률서비스를 접하는 국민들을 위해 옳은 일,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8일부터 강원대 로스쿨 앞에서 법원협 주최의 1인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무엇에 대한 것인가?
"1인시위 피켓에 '법학협은 지금 당장 2.18.집회의 후속조치를 마련하라', '법학협은 지금 당장 재학생들의 총의를 모아라' 등이 써있었다. 우리 로스쿨의 이석훈 학생회장이 전국 로스쿨의 총학생회인 법학협의 의장이기에 법학협에 2.18. 총궐기대회 후속조치 추진을 요구하는 1인시위인 듯 하다.
나는 이 1인시위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으나 전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이석훈 의장의 소속 로스쿨 학생으로서 나는, 이석훈 의장이 어서 응답하여 적극적으로 후속조치를 추진해줬으면 좋겠다. 2.18.총궐기대회가 무슨 일회성 이벤트는 아니었지 않나? 당연히 후속조치가 진행되어야 한다.
더욱이 2.18. 총궐기대회는 1학년 입학 전, 3학년 졸업 후의 시기여서 로스쿨 내에서 홍보의 어려움 등 한계가 많았다. 그렇다면 당시 총궐기대회를 준비하며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 지금 어서 법학협 차원의 후속조치가 진행돼야 한다. 특히 새로이 추가 집회를 하자는 안건이 제기되어 이에 대한 총투표가 있어야 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추가 집회는 또 언제 있는지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