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이틀 전인 2008년 2월 23일에 방영된 방송에서 “획일주의, 순혈주의, 사법부의 순혈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소위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만든 건데….”라며 로스쿨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노무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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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기를 쓰고 로스쿨을 도입한 이유는 법조인을 "개천의 용"이 아닌, 어느 개천에나 함께 머물며 물을 맑게 하는 미생물이 되라고 한 것일 거다. 그런데 포식자 중의 포식자인 "용" (호랑이, 사자를 이길 포식자를 환상으로 만들어내기에 이르렀으니 최상위 포식자가 되려는 욕망이 얼마나 강렬한지!) 그들이 로스쿨을 가만둘 리 없었다. 변호사 배출 수를 줄이고 "용"으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로스쿨을 돈스쿨, 귀족스쿨이라 거짓 선동하며 무너뜨리려 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악의적 선동'이었다.
로스쿨은 사법고시와 달리 사회적 약자 입학과 장학금 지원을 법률로 의무화한다. 이에 따라 매년 평균 6.4%의 취약계층 학생을 선발하고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왔다. 그래서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취약계층(극빈층, 장애인 등) 비율을 능가하고 배려가 안정적이다. 2018년 한해만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취약계층 1천19명이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았다.
조국 민정수석(서울대 로스쿨 교수)은 '로스쿨 등록금이 비싸다'는 비판에 대해 2018. 10. 8. 법률신문 칼럼에서 "수험생 개인 또는 가족의 자력(資力)에 기초해 장기간 공부해야 하는 사시 제도와 달리 제도화된 장학금과 은행 대출을 활용하면서 공부하면 되는 로스쿨 제도가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사법시험과 달리 로스쿨은 귀족스쿨이다'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서울대연구팀이 로스쿨-연수원 출신 법조인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분석한 논문과 2015년 한겨레가 7년간 로스쿨에 입학한 1만4000여 명에 관해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고교 졸업 당시 부모가 50명 이상 기업에서 근무했는지'에 관한 질문에 로스쿨 출신은 39.6%, 연수원 40~43기 출신은 40%가 '그렇다'고 답했다.
부모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인지에 대해서는 각각 18.5%와 16.7%가 '그렇다'고 답해 양자 간엔 별 차이가 없었다. 부모 중 법조인이 있는 경우는 연수원 33기 이전이 1.6%인 반면, 40~43기는 4.7%에 달하지만, 로스쿨 출신은 3.6%로서 약간 적다. 범위를 넓혀 가족·친척 중 법조인이 있는 비율은 연수원 33기 이전은 17.8%인데, 34~43기는 33%로 크게 늘었다. 로스쿨 출신은 이 비율이 26.3%다. 또 최근 6년간 로스쿨출신 검사임용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비율은 69%, 최근 6년간 사법연수원출신 검사임용 SKY비율은 65%였다(정갑윤 의원실 조사자료).
이처럼 서울대 연구팀이 로스쿨 1~3기(2009~2011년 입학) 출신 법조인들과 같은 시기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40~43기)을 다닌 법조인, 로스쿨 도입 이전 연수원(39기 이전)을 거친 법조인 등 세 집단 102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로스쿨은 물론 연수원 출신들도 부모가 고학력자이면서 고소득 직업을 가진 비율이 높아 '신분 세습'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신분세습 문제는 전사회적 문제이지 사법고시에는 없는 로스쿨만의 문제는 아닌 거다.
로스쿨로 인해 고졸출신 법조인이 더 이상 배출될 수 없다는 '가짜뉴스'가 국민에게는 참 잘 통하고 있다. 그런데, 1989년부터 2001년까지 고졸출신 사시합격자 수는 1명이다. 또 2001년부터는 '사법시험법'에 의해 35학점 이상의 대학 법학과목 이수자 또는 법학사 이상의 학위소지자로 응시자격 제한이 생겼다.
이와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은 위 법률신문 칼럼에서 "고졸 출신도 독학사, 학점은행제, 사이버제를 통해 로스쿨에 입학이 가능하고 실제 그런 과정을 밟아 로스쿨에 입학해 장학금을 받고 공부해 변호사가 된 사람이 상당수"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사법적폐를 해소하는 대안적 법조인양성시스템, 로스쿨
기득권 법조인들의 '지대추구', 이것이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이다. 마냥 밥그릇 싸움으로만 치부할 일이 결코 아이다. 그래서 나는, 당사자 운동으로서, 이 문제에 막중한 책임감과 부채의식을 갖고 임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법조인들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수 변호사들은 여전히 "지대추구"에 열중해 유일한 법조인 배출 통로를 틀어막고 뿌리째 흔들고 있다. 그 동기는 백배 이해한다. 하지만, 물이 흘러야 할 호스 구멍을 밟고 발을 떼지 않으면 호스는 결국 터져버린다. 지금 로스쿨은 혈관이 막혀 심근경색에 이른 환자입니다.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아무런 법적, 도덕적 근거도 없이 (놀랍게도 노골적으로) 시장 수급 상황을 이유로 들며 신규 변호사 합격률을 매년 낮추고 있다. 신규 변호사 배출을 늘리면 변호사들 살림이 어려워지고 지금보다 줄여야 그나마 이익 될 수도 있다. (이 역시 이견이 있다. 로스쿨 이후 법학부가 폐지되면서 약 5천명의 법학과 졸업생이 사라져서 그들이 취업해 온 은행, 관공서 등의 비송무 시장이 비어버렸고 2천명 로스쿨생들 중 그러한 비송무 영역으로 가고 싶어 하는 수요는 상당하다.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OECD 국가 평균의 50%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법조인 1인당 국민 수는 5천783명으로, 미국 266명, 영국 557명, 독일 578명, 프랑스 1천509명과 큰 차이가 난다.)
지금의 방법으로 기존 변호사들이 얻게 되는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익적 목적의 법조인 양성제도 자체를 망가뜨림으로써 얻게 되는 '반사회적 이익'이다. 법학에서는 이를 두고 '사회적 보호가치가 없는 반사 이익'에 불과하다고 하여 행위 선택과정에서 무시한다.
변호사들은 실력을 키우고 전문영역을 발굴하거나 직역을 확장할 노력을 해야 한다. 전관예우, 전관출신 일부 변호사들의 무책임한 수임과 터무니없는 수임료 책정, 선임계 없는 전화변론, 브로커를 통한 불법수임 근절 노력은 대체 어떤 변호사단체가 나서서 하고 있는가?
자기계발과 서비스영역 개척의 책임을 게을리 하고 눈앞에 뻔히 보이는 사법시장 거대 적폐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가장 약자인 예비법조인 청년들을 죽이는데 몰두하는 행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유일한 법조인양성기구인 로스쿨을 붕괴시키는 결과까지 낳고 있으니 말이다.
'사법농단 2.0'을 기필코 다시 일으킬 지금의 로스쿨을 정상화해야
지금의 로스쿨을 생각하면, 친구를 죽이고 피 흘리며 미소 짓는 영화 <배틀로얄>의 주인공이 떠오른다. 현재의 로스쿨 학생들은 그 주인공이 자신이 되기만 하면 좋겠다며 영혼이 황폐화되고 있다. 그리고 후배들을, '용'입네 하는 선배들이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제야 좀 내 후배같네" 라고 말할 것만 같다. 이것은 참여정부가 의도하고 국민이 동의했던 로스쿨이 아니다. 괴물이다.
로스쿨제도가 계속 이렇게 비인간적으로 돌아가면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