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권우성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 양극화는 개선됐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저임금과 고용의 상관관계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했다. 최저임금이 올랐다면, 그에 따른 임금 구조 변화를 우선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
김 이사장은 이달 공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논문에서 임금 상위 10%와 하위 10% 노동자 간 임금 격차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8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원데이터를 그대로 분석한 결과였다.
그는 '최저임금발 고용 참사'라는 보수 언론의 공세도 사실이 아니라고 쐐기를 박았다. 김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그런 연구 결과는 없다"고 단언했다. 올해 지표를 토대로 최저임금 효과를 분석한 논문 3편이 모두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공통된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마치 문재인 정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핵심으로 인식되면서, (보수 언론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격의 시작점으로 삼았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 공약 폐기 등 개혁에서 한발 물러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여기까지인가 싶다"며 실망감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올 한해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도 많았다. 먼저 지난 1년을 돌이켜본다면?
"최저임금 인상폭이 예년보다 높았던 건 사실이다. 논란이 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냐 아니냐였다.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 '최저임금 올랐으니 고용은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수요 공급 곡선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수요공급곡선은 완전 경쟁시장을 가정할 때 이야기다. 현실은 불완전 경쟁시장이다. 불완전경쟁시장에서는 경우에 따라 일정 범위 내에서는 오히려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
- 경우에 따라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임금이 오르면서, 예전에는 '저기서 일할 바엔 차라리 집에서 다른 거 할래' 이런 사람들이 노동 시장에 나오는 효과가 있다. 이들이 노동시장에 나와 인력난을 겪는 기업과 매칭이 되면서 일자리 증가 효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곳도 있다. 어느 한 부분만 볼 게 아니라 플러스/마이너스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 보수 언론들은 '최저임금 때문에 일자리 줄었다'고 공세를 취해왔다. 실증 연구 결과는 어떤가?
"올해 고용 지표를 토대로 최저임금이 고용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연구 논문은 3편이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편, 부경대 1편 등인데, 이 3편 다 분석 결과가 동일하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 효과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게 지금까지 연구 결과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처럼 얘기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연구 결과는 안 나왔다."
- 얼마 전에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양극화 해소에 도움을 줬다고 발표했는데?
"사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부차적인 요소다. 중요한 것은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그간 분석 자료가 없다가 지난 8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원데이터가 얼마 전에 공개가 됐다. 이걸로 보면 일단 임금 격차는 개선됐다.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줄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저임금 계층(하위 10%)과 고임금 계층(상위 10%)의 임금 격차도 확 줄었다.
이를 두고 '최저임금 받던 사람이 잘렸으니, 없어진 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다. 그런데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보면, 노동자 수는 줄지 않고 조금 늘었다. 일자리 절대 수가 줄어든 게 아니고 증가세가 감소한 것이다. 확실히 10%~20% 하위 계층을 보면 임금 인상 폭이 다른 계층보다 높다. 저임금 계층이 없어져서 그런 게 아니고, 하위 계층의 임금 상태가 개선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