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돗물 사태의 근본 원인인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모습. 낙동강을 끼고 들어선 이 산단은 1,2,3,4산단에 이어 지금은 5차산단까지 이어졌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기막힌 '선물'이 40여 년이 지나 '독'이 되어 돌아온 것이 대구 수돗물 파동의 뿌리다. 박정희니까 가능했던 생각이었고 군사독재정권이었으니까 실현된 기획이었다. 냉정히 살펴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을 박정희는 실현시킨 것이다.
가난의 해방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그는 TK에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야도의 도시 대구가 박정희 찬양일색으로 돌아선 것은 어쩌면 구미국가산단이란 기막힌 선물을 안겨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러나 TK를 그의 충견이 되도록 만든 이 기막힌 기획은 40년이 지난 지금 수돗물 대란이라는 파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실 식수원 상류에 대규모 산단을 조성하는 나라는 없다. 미치지 않고야 수많은 화약약품을 내뿜을 수밖에 없는 산업단지를 식수원에 조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구 수돗물 파동을 정직하게 되돌아보면 구미국가산단을 그 자리에 조성하던 그 순간부터 이 사태는 예견된 것이다. 대구 수돗물 파동의 진원지는 항상 그곳이었다. 바로 구미국가산단 이곳에서 모든 사고는 일어났다.
페놀 사태, 1-4다이옥산 파동, 퍼클로레이트 사태에서부터 근자의 구미 불산 사태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수돗물 대란과 수질오염 사태는 모두 구미국가산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말 안전한 수돗물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산단을 없애야 한다. 1300만 영남인의 젖줄이자 식수원인 낙동강에 거대한 공단을 조성해놓고 수돗물 안전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 중의 난센스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서울과 수도권의 수돗물과 같은 정도의 안전한 수돗물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우리는 이 구조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이 구조 위에서 대구 수돗물 파동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낙동강을 떠나서는 1300만의 식수원을 찾을 길이 없다그리고 또 하나의 전제를 확인해야 한다. 낙동강을 버리고 과연 1300만 국민의 식수원을 얻을 때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낙동강 취수를 포기하면 대체 수원이 있어야 한다. 1300만이나 되는 영남인의 대체 수원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 새로운 댐을 지을 것인가.
이 땅에는 이미 댐이 총 1만7735개(저수량 192.9억 톤, 통계로 보는 한국의 수자원(국토부, 2016.11))이 있다. 다목적댐 20개(저수량 127.4억톤), 용수전용댐 54개(저수량 8.8억톤), 하굿둑-담수호 12개(저수량 29.3억톤), 농업저수지 1만7649개(저수량 27.4억톤)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댐을 지을 곳이 없을뿐더러 최근에 지어진 댐의 꼴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