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건 MBC 기자
이영광
- 지난 2013년 입사하셨잖아요. 파업 끝난 직후인데 입사 후 본 MBC는 어땠어요?"제가 2013년 말에 입사했기 때문에 파업이 끝난 직후는 아니에요. 생각을 해보시면 저에겐 첫 직장이고 다른 언론사는 다닌 경험이 없어요. 객관적으로 어땠다고 비교할 기준 자체가 없잖아요. 그 당시엔 '언론사는 원래 이런 곳인가?' 하고 의아해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언론사치고는 보도국이 너무 조용하단 생각을 했어요. 사실 각자가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하나의 진실을 찾아가는 게 언론의 역할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항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항상 뭔가 지시가 내려오면 그대로 기사를 쓰는 상황만 반복되는 게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보도국엔 지난 2012년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나 대체인력으로 들어오신 분들도 많이 있거든요. 각자 남의 일이나 기사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 파편화된 분위기를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누군가는 조용히 있고 누군가는 저항하다 쫓겨나는 걸 보며 무력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르니까 지난 파업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 상황에서 선배들이 받았을 상처 같은 것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답답하기도 하고 무력하기도 하고, 하루하루 버티는 게 가장 큰 일이었던 거 같아요."
- 10년 전 만해도 MBC는 언론지망생 특히 방송 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겐 로망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외면받는 방송사가 되었는데."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배웠는데요. 1학년 때 저널리즘 수업시간엔 모두 MBC 사례들만 나왔어요. 저널리즘을 끝까지 실천하면 이런 사회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걸 배우는 교재 같은 거였죠.
사실 제가 입사한 2013년만 해도 이미 보도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PD수첩'을 비롯한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압박도 심했죠. 당시에도 MBC는 많이 망가져 있어서 고민하긴 했죠. 그러나 스무 살 때 보았던 MBC에 대한 기억이 컸고 그게 희망처럼 느껴졌어요. 어떤 공동체에 승리의 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번 해본 사람들이라서 '지금 잠깐 힘들지만 언젠가 제대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란 마음으로 회사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히 나빠졌으니 앞으로는 좋아질 거로 생각했는데 계속 더 나빠지는 거예요. 그런 상황을 안에서 지켜보면 더 괴로워요. 하지만 아직도 저는 MBC가 저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걸릴지언정 예전의 모습으로, 시민에게 신뢰받고 영향력 있는 언론사로 돌아갈 것이란 믿음은 여전해요."
"10월 25일 시청광장 대규모 파업 콘서트에 많은 사람이 와주면 좋겠다"- 가장 힘든 건 뭔가요?"기자 일이라는 게 노동 강도도 높고 일하는 시간도 길고 매번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일이 많고 사소한 거라도 틀리면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항상 신경이 곤두서있고 스트레스도 많잖아요.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건 자신의 보도로 뭔가 나아진다는 느낌, 내가 뭔가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명감이나 보람 같은 것이 있어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스스로 떳떳하지 않으니 그런 보람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버텨야 하는 상황이 언제 끝날 거란 희망도 없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었죠."
- 2013년 이후 신입 기자를 뽑지 않았다는 게 MBC의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은데."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어떤 해엔 인력을 많이 뽑아서 몇 년간 신입 공채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몇 년간 신입 사원 채용이 없었다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왜 신입을 뽑지 않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순히 인력에 여유가 있어서 채용이 없었던 게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건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무도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이유에 대해 똑 부러지게 말하지 않는 거죠. 회사에서 얘기하는 건 '양질의 경력 직원들을 수시 채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신입 사원을 뽑으면 가르치는 데 오래 걸리니 다른 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들을 데려오면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데 그것도 말이 안 맞거든요.
만약 일할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동안 보도국 밖으로 쫓겨난 선배들이 수십 명 있잖아요. 그럼 우선 업무에 숙련된 그 사람들 데려와서 일 시켜야죠. 선배들은 전공 분야를 두고서 엉뚱한 일을 하게 만들어 놓고 여기서 취재할 사람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전 신입 대신 경력직을 계속 뽑는 이유가 'MBC의 DNA를 바꾸겠다'고 공언했던 맥락일 거라고 짐작해요. 그리고 저희 동기들이 수습 기간이 끝나자마자 아무와도 상의하지 않고 곧바로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도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거로 추측해요. 어쩌면 회사에서는 '신입 공채는 기존 직원들과 유대감이 강해서 100% 노조 가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경력 채용은 그보다 훨씬 취약한 상황에 몰아놓고 회사의 입맛대로 다루기 쉬울 거라고 봤을 수도 있겠죠."
- 파업이 끝나고 취재 현장으로 돌아가면 어떤 걸 취재하고 싶어요?"제가 4년 동안 사회부에서 경찰 기자만 했거든요. 그래서 사건 사고를 계속 취재해 왔는데 다른 분야에서도 취재를 해보고 싶어요. 교육이나 노동 분야에 관심이 있기도 해요. 그리고 MBC 뉴스가 망가지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사회적 발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철거민, 비정규직 노동자들, 성 소수자들,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이요. 저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이 자기 발언을 좀 더 폭넓게 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사를 많이 쓰고 싶어요.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없을 때 항상 옆에 가까이 있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을 바라보는 그런 뉴스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파업이 길어질수록 시청자의 관심이 늘어나면 좋은데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일이 동시에 많아서 MBC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당장 <무한도전>을 볼 수 없으니 MBC가 파업 중이라는 걸 체감했더라도 그게 익숙해지면 다시 잊히기 쉽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열심히 해서 예전에 사랑받던 MBC의 모습을 꼭 다시 돌려놓을 테니 조금만 더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10월 25일 저녁 7시, 서울 시청 광장에서 화려한 출연진들과 함께하는 대규모 파업 콘서트가 열리니까 꼭 가족들과 친구들과 많이 오셔서 함께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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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신입 기자의 사과 동영상, 징계 각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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