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 기획관리팀 조용준 2013.2.21.업무보고. 특조위 2차 청문회 자료집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
검찰 "국정원 지정업무 수행했을 뿐" 검찰은 2014년 10월 6일 세월호참사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정원 개입설, 폭침설, 잠수함 충돌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의혹의 근거가 되었던 양대홍 세월호 여객부 사무장의 노트북 내용에 대해 "국정원은 국가정보원법이나 보안업무규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해 국가보호장비 지정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발표했다. '세월호 이외에 씨스타크루즈호(1만5089톤) 등 다른 대형 여객선에 대해서도 보안 측정을 실시했다'며 검찰이 나서서 국정원의 세월호 증개축과 도입, 운영 관여설 일체를 부정해 준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발표내용은 국정원과 세월호 참사 관련성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을 뿐이다. 청해진해운 관계자와 관련 진술, 정황들은 국정원과 세월호가 거미줄처럼 연결돼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바닷물 속에서 3개월만에 발견된 노트북
2014년 6월 24일 세월호 선내 수색과정에서 양대홍 세월호 여객부 사무장이 사용한 노트북이 발견되었다. 노트북 바탕화면에는 일상적인 문서들과 함께 '국정원 지적사항.hwp'문건이 저장돼 있었다. '선내여객구역 작업예정사항'이란 부제를 단 채 2013년 2월 27일(수)에 최종 수정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에는 ▲천장 칸막이 및 도색작업 ▲자판기설치 ▲해양안전수칙 CD준비 ▲침대 등 등기구 교체 ▲화장실 휴지, 물비누 보충 등 세월호에 대한 상세한 작업지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3월 휴가계획서 작성제출(사무부/조리부) ▲2월 선용품 사용현황제출(사무부/조리부) ▲2월 작업수당 보고서 등 직원복지와 관련된 보고와 계획 등도 포함돼 있다. 민간 선박의 화장지 물비누 보충, 휴가계획서 작성 등이 '국가정보원법이나 보안업무규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한 지정업무'라는 해석이 어떻게 가능할까.
세월호 CCTV DVR(Digital video recorder, 영상저장장치)과 같이 발견된 양대홍 사무장 노트북 속 국정원 지적사항은 그 발견 과정도 예사롭지 않았다. 노트북은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난 2014년 6월 24일 선내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두 달 동안 바닷물에 잠겨있던 DVR과 노트북은 너무나 깨끗한 상태였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나서 노트북과 DVR을 복원했다. 양대홍 사무장 노트북에는 세월호 운행, 행사, 여객 업무를 위한 음악 파일들이 가득했고, 그 사이에서 '국정원 지적사항.hwp' 파일이 있었다.
가족대책위와 복원 업무에 참여했던 민변의 박주민, 김용민 변호사 등은 2014년 7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문건을 공개했다. 가족대책위는 "국정원은 세월호가 첫 출항을 하기 전인 2013년 2월 27일 세월호를 매우 꼼꼼하게 체크하고 지적했다. 문건의 작성 시기와 내용을 보면 국정원은 청해진 해운이 세월호를 구입하고, 증개축한 것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정원은 직원들의 3월 휴가 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2월 작업 수당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환풍기 청소작업, 조립작업, 로비계단 트랩 이물질 제거작업, 탈의실 수납장 신설 등까지 지적했다. 이러한 정황은 세월호의 소유주가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는 내용이며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이거나 운항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2014년 8월 국회 국정조사 답변자료를 통해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에 대해 해명했다. 국정원은 '국가보호 선박'인 세월호의 보안관리 체제, 인원 화물 검색 및 출입통제, 제한구역 지정 및 보호대책 등을 점검하였다는 것이다. 발견된 문건은 세월호 보안담당자로 임명된 양대홍 사무장이 본인의 작업을 수시로 업데이트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100개 지적사항 중 15-18번 지적사항만 국정원의 "(보안측정) 필요사항으로 언급한 바 있다"고 해명했으나 양대홍 사무장이 국정원과 관련이 없는 내용들을 국정원 지적사항이란 제목의 파일에 넣어 함께 관리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은 2013년 2월 21일 보안측정 관련 내용을 점검하기 위해 국정원에 다녀왔다. 보안 측정 이후 세월호 허가 앞뒤로도 '국정원'은 곳곳에서 등장한다. 청해진해운 이성희 제주지역본부장은 2013년 3월 14일 '세월호 면허나다.?11 세월아 네월오 1개월간 점검?11 손톱 밑에 가시는 언제 빼나? 괘씸죄가 이런 것인가?'라고 적었다. 3월 19일에는 '국정원 외 10명 세월타고 내려오(점검차) 관광 후 세월타고 가다'란 내용이 나온다. 어렵게 인천항만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것을 기념한 여행이었을까.
청해진 소속 선박 '보고계통도'에만 국정원 나와청해진해운의 국정원 접대는 제법 오랫동안 진행돼 온 것으로 보인다. 청해진해운 여객영업팀 주간업무계획에는 2013년 2월 18일 '국정원 백령도 승선요금 할인율 축소 확정(2.13)(4만4000원→4만8500원) 등 국정원 접대기록이 수시로 등장한다. <미디어오늘>은 청해진해운의 내부 자료 등을 근거로 2011년부터 2014년 세월호 참사 한 달 전까지 10여차례 청해진해운과 국정원과의 미팅, 면담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2011년 1월 28일 국정원 점심식사 미팅(2월 왕복이용 협의 외)'를 시작으로 점검, 미팅과 '2014년 1월 20일 국정원 미팅(1/20 월), 2014년 3월5일 국정원(세기:안보관광 담당자) 접대'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