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입구오랜만에 찾은 병원입구, 휴가기간이라 한산했고 여름 하늘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강상오
요즘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사무실에 출근 하자마자 '피곤하다' 는 말부터 나온다. 수술하고 지금껏 이정도로 피로감을 느낀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분명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병원에 한번 찾아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곧 병원 진료가 예약 되어 있기에 좀 더 참고 기다리기로 했다.
창업 3년 차에 접어든 내 생활 패턴은 일반 사람들과 달리 오후부터 시작된다. 오전 11시쯤 일어나 사무실에 낮 12시쯤 출근해서 오후에 일과를 보고 저녁에 행사 스케줄이 없으면 일찍 집에 돌아온다. 업의 특성상 저녁에 행사 일정이 많이 잡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후부터 근무하는 것이 패턴이 돼버렸다. 그러다 보니 행사가 있는 날은 귀가 시간이 새벽시간이 되는 날도 많아 오전 시간은 자연스럽게 잠자는 시간이 됐다.
최근 더워지면서 잠을 깊이 못자서 그런건지 계속해서 몸에 피로가 몰려왔다. 체중도 많이 늘었고 점점 하는 일도 거래처와의 미팅이 늘어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기 때문일게다. 이번에 병원가면 아침마다 먹는 '신지로이드(갑상샘 호르몬제)' 용량을 좀 늘려달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오전 11시는 돼야 일어나는데 병원 진료가 오전 9시에 예약이 돼 있다. 오전 9시 진료면 최소 오전 8시쯤엔 가서 채혈을 해야 진료시간에 맞춰 진료가 가능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일찍 일어나려고 진료 전날은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평소 새벽부터 오전까지 잠을 자던 습관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잠 한숨 자지 못하고 일찍부터 병원으로 갔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병원도 평소보다 한산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나처럼 본관 3층에 있는 채혈실에 가서 피를 뽑고 5분간 지혈하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일어나 옆 건물 5층에 있는 '갑상샘암 센터'로 갔다.
예약증을 간호사분께 내고 접수를 했다. 채혈 후 결과가 나오는데까지는 최소 1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내가 진료받을 교수님방 앞에 앉아서 하염없이 이름이 불려지기만을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니 이름이 불려졌다. 6개월만에 진료실에 들어간다. 진료를 받기 전날 창원에 있는 모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 미팅을 하러 갔었는데 거기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말기암 환자들을 봤다. 그들을 보며 남의 일 같지 않음을 느꼈고 오늘 진료실에 들어가는 내 마음은 왠지 더 무거웠다.
오랜만에 만난 교수님은 언제나처럼 환하게 나를 맞아주셨다. 그리고 혈액검사 결과를 모니터에 띄우시고는 또 지난번과 같은 말을 하셨다.
"약을 잘 안 챙겨 드셨구나"그 말을 듣는 순간, '또 뭔가가 잘 못됐구나'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 그리고 최근에 계속 피곤했던게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계속해서 교수님께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지난번과 같이 'TSH(Thyroid-Stimulating Hormone)'수치가 높다고 하셨다. 지난번에도 몇번 이 수치가 높아서(기준치 보다는 낮았다) 약 복용 용량을 높여 낮춘 적이 있는데 이번엔 아예 기준치를 웃도는 수치가 나왔다.
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빼먹지 않고 약을 잘 챙겨 먹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건강보조제' 같은 거 먹는 게 있느냐고 물으셨다. 하지만 난 그런 것도 먹지 않는다. 보통 여성환자들의 경우 건강보조제등에 들어 있는 성분때문에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나의 경우 수치가 왜 높게 나온 것인지는 혈액검사 결과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하셨다.
현재 흰색 1알의 약을 먹고 있는데 용량을 더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여쭤보니 다른 수치들은 괜찮아서 용량을 높여 복용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고 재발 위험의 지표가 되는 'Tg(Thyroglobulin)'는 아주 안정적인 상태로 잘 유지되고 있다고 하셨다. 이제 석달뒤면 만 4년 차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1년만 더 조심하면 그토록 바라면 '완치'가 된다.
향후 8년 이내 사망할 확률이 69%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