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졸업생이 물건을 파는 난전 모습.
김기동
최근 한국에 유학하는 중국 대학생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중국 유학생들이 장사를 합니다. 한국에 유학 오기 전 공부하던 자신의 중국 대학교 친구들에게 한국 상품을 국제우편으로 파는 거지요.
한국 유학생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도 모두 이렇게 장사를 합니다. 비록 한 달에 몇 개밖에는 팔지 못하겠지만, 중국사람에게는 삶이 곧 장사이기에 개의치 않습니다. 사업 일로 중국사람을 상대해본 한국사람들이 '중국사람은 핏줄에 피가 아니라 돈이 흐른다'고 여기는데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중국사람이 장사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와 장사를 하는 이유를 알아볼까요.
상업 경전(經典)인 사마천의 <화식열전>
한국에는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이 있습니다. 팔만대장경은 불교 관련 글인데 이렇게 종교나 한 분야를 대표하는 책은 책 제목 뒤에 '경'(經)을 붙입니다. 대표적인 경전(經典) 책으로 불교의 불경(佛經), 기독교의 성경(聖經), 유교의 사서삼경(四書三經)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는 장사 즉 상업을 대표하는 책 '상경'(商經)이 있습니다. 상업(장사)이라는 글자 뒤에 종교 경전에서 쓰는 경(經)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으니, 장사에 관한 최고의 책인 셈입니다. 중국에서 상경(商經)이라고 불리는 책은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입니다.
사마천이 쓴 <화식열전>에는 상업과 관련된 일을 상품 교환, 상품 생산, 서비스업, 임대업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이 글에서는 상품 교환 일을 하는 장사에 대해 살펴봅니다.
<화식열전>에서 사마천은 '돈이란 풍요롭고 아름다운 생활을 누리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에, 부자가 되려는 건 인간의 본능적 요구'라고 진단합니다. 그러면서 가난한 사람이 돈을 벌고자 할 때는, 농업이 공업만 못하고 공업이 상업만 못하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예로 여성들이 집에서 방직물에 자수로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어 얻는 수입은, 시장 바닥에 앉아 장사하는 수입보다 못하다고 합니다.
사마천은 어떤 장사를 할지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본의 규모에 따라 다른데, 자본이 많은 부유한 사람은 기회를 노려 투기해서 큰 재산을 모을 수 있고, 자본이 있으나 많지 않을 경우는 곧 지략으로써 조그만 재산을 취하며, 자본이 없는 서민은 오로지 부지런하게 장사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자가 되고는 싶지만, 자본이 적은 일반 사람은 지략을 짜내 부지런하게 장사해야 합니다.
가격을 깎는 한국과 가격을 '부러뜨리는' 중국세상 사람 누구나 물건을 살 때 저렴한 가격에 사고 싶어 합니다. 한국에서는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가게 주인과 흥정하는 일을 두고 '가격을 깎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사과 껍질을 깎듯 물건 가격을 살짝 깎아내는 거지요. 이런 방법으로는 물건을 많이 싸게 살 수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가게 주인과 흥정하는 일을 '따저(打折)'라고 합니다. '따저(打折)'에서 '따(打)'는 '치다'라는 의미이고 '저(折)는 '부러뜨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가게 주인과 흥정하면서 물건 가격을 강하게 쳐서 부러뜨리는 거지요. 물건 가격을 부러뜨리면 최소 원래 가격의 반 정도는 싸게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