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좌우 가슴에 한 발씩, 그리고 다시 이마에 한 발을 쏴서 자살했다고 처리된 허원근 일병 아버지 허영춘 님이 유가협에 게시된 아들의 영정을 보고 있다. 올해로 33년, 이 아버지의 한은 언제 풀릴까.
고상만
'집안에 또 자살한 사람 있어?' 비수가 된 그 말가슴에 자식을 묻는 어느 어머니의 사연 역시 잊을 수 없는 아픔입니다. '아들을 보내고 수많은 날들을 지새우며 가슴에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 삭히지도 못한 채 화병난 것처럼 얼굴이 불덩이 같고 제정신이 아니어서 앞가림도 못하고 살았다'는 어머니는 '억울! 억울함만이 가득하다'며 토로합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아들을 잃은 후 있었던 그 사건에 대해 썼습니다. 어느 날 다니던 종교에서 집으로 위로 기도를 왔다는 겁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맞이했을 때, 그중 제일 높은 직분을 가진 한 분이 하는 말이 "집안에 또 자살한 사람 있어?"라며 묻더라는 것입니다. "이런 소리 듣고도 제가 미치지 않고 지금껏 살아 있다는 게 신통하지요."라며 어머니는 썼습니다. 정말 남의 고통에 별생각 없이 던지는 한마디가 큰 상처가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연 중에서 제 가슴에 가장 아프게 다가온 이야기는 어느 누나가 남긴 '하늘나라 편지'였습니다. 남동생을 잃고 이어 아버지까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 중인 그때, 가까운 일가친척 사이에서 있었던 사연을 군 의문사 피해 유족분들에게 토로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과연 내 모습은 어떠한가를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이 누나의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