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밴드고객만족 UCC 제작을 위해 밴드 연습실에서 개사한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강상오
이후 몇년이 지나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 대기업에 취업을 하니 중소기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나의 끼를 뽐낼 수 있는 행사들이 많았다. 꿈을 잠시 뒤로 미룬채 현실에 타협하며 직장생활을 하던 나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들이었다.
회사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나간 행사는 '노래자랑'이었다. 단순히 사내 노래자랑을 넘어 방송으로 나가는 모 프로그램의 '임직원 특집'편이었다. 노래자랑 출전자는 회사 각 팀에서 1명씩 뽑고 지역별 협력업체에서 1팀씩 뽑았다. 팀 내 분위기는 다들 체면을 차리느라 하기 싫어 하는 눈치였고 나는 당시 팀 막내라 못이기는 척 노래자랑에 출전했다.
노래자랑 당일이 되어 리허설 시간에 맞춰 행사장소로 갔다. 대부분 각 팀의 막내들이 출전자로 뽑혀 나와 있었다. 간단한 인터뷰를 하고 리허설 무대에 올랐는데 나는 평범한 노래가 아니라 랩이 섞인 노래를 선곡해 신선함으로 다른 참가자들 기를 죽여 놓았다.
이후 저녁에 본 행사가 시작되었고 전 임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과 가족들이 노래자랑을 보기 위해 모였다. 아무래도 리허설 때보다는 좀 더 긴장되는 바람에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 부자연스러운 무대를 했다. 그리고 동상을 수상했다. 금상과 은상을 협력업체 직원들이 수상했기 때문에 임직원들 중에서는 내가 1등이었다.
그 노래자랑을 계기로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순식간에 전 임직원들에게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 덕에 좀 더 편하게 조직에 적응할 수 있었고 동상으로 상품도 받아 기쁜 자리였다. 다만 너무 잦은 재방송으로 인해 어머니와 동네 주민분들이 자꾸 TV에서 봤다며 인사하시는 바람에 한동안 부끄러워 하기도 했다.
그 노래자랑을 계기로 회사에 이벤트가 생기면 나는 거의 전담으로 차출되곤 했다. 이후 몇해가 지나 고객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행사가 있었는데 각 지역 본부별 UCC를 1편씩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 당시 경남본부에 근무하던 본부장님께서는 '밴드를 결성해서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고 급하게 임시밴드가 결성됐다.
당시 직장인 밴드로 활동하던 3명의 멤버들과 함께 나는 보컬로 밴드에 합류를 하게 됐다. 우리는 회사에서 아침마다 듣던 그룹의 '사가'를 고객점 서비스에 맞도록 개사해서 부르기로 하고 연습에 매진했다.
UCC를 제출해야 하다보니 밴드 연습과 더불어 뮤직비디오 제작을 해야 했다. 다행히 우리 회사는 방송국이다보니 제작팀이 있었고 제작팀 협조를 받아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회사 사무실에서 밴드팀원들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하지만 투명인간처럼 근무하는 직원들은 계속해서 열심히 일한다는 내용이었다.
코믹한 내용으로 뮤직비디오를 기획해서 무사히 UCC를 출품했다.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행사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그 뮤직비디오 속에 아는 얼굴이 나오니 신기했던지 다음날 사내 메신저를 통해 엄청 많은 반가움을 표시하곤 했다.
다음해에는 전사 행사가 있었다. 당시 2년에 한 번 정도씩 전국 임직원들이 한곳에 모였다. 오랜만에 타 지역 근무자들과 얼굴보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 행사가 열리면 각 지역 본부별 장기자랑 순서가 있는데 대표이사가 보고 있기에 그 경쟁은 아주 치열했다.
각 지역별 본부장님의 '면(面)'을 세워드리기 위해 지역본부 근무자들은 아주 치열하게 장기자랑을 준비한다. 우리 본부에서는 대대로 그 해 신입사원들이 장기자랑을 준비하는데 몇 번 실적이 좋지 못했고 이번 전사행사에는 신입사원 이외에 내가 기획자로 투입되었다.
당시 전사행사 프로젝트팀은 오전 근무를 끝내면 오후 시간엔 댄스 학원에서 연습을 했다. 당시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요제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무한도전에서 만들어진 노래들과 다른 가요들을 우리 회사 상품 광고음악이나 문구를 인용해 리믹스 했다.
만들어진 음악을 댄스학원 선생님에게 드리고 적당한 안무를 논의해서 신입사원들을 훈련시켰다. 리믹스된 음악을 들은 댄스학원 선생님은 '프로의 냄새가 난다'고 하시며 '누가 리믹스 했냐?'고 물으셨다. 혼자서 꾸준히 음악을 하다보면 익힐 수 밖에 없는 기술이었기에 나에겐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쑥쓰러움에 '잘 부탁드린다'는 대답을 했다.
전사 행사 당일, 나는 열심히 춤 연습을 한 신입사원 친구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한쪽 구석에서 DJ 퍼포먼스를 하면서 마이크로 관객들의 흥을 북돋는 역할을 즉석에서 맡았다. 그 결과 우리는 그 행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성과를 내는 모습을 바라본 본부장님은 나의 리더십과 기획력을 높이 평가해주셨고 꼭 이일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나는 그 해에 창립기념일 모범사원 추천과 발탁 승진이라는 쾌거를 누리기도 했다.
이처럼 조직생활을 잘 하려면 '일'만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일은 기본으로 잘 해야 되는 것이고 그 이외에 자신의 장점을 다른 조직원들에게 홍보하는 것 또한 하나의 능력이고 역량이다. 나는 포기한 줄만 알았던 나의 꿈인 '음악'을 통해서 나를 홍보하고 조직생활을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꿈을 포기했다고 좌절하지 말라. 그리고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꿈과 거리가 멀다고 꿈을 포기하지 말라. 결국 세상의 모든 일은 연관되지 않은 일이 없다. 얼마든지 내가 처한 현실에서도 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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