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달리자~ 닭쳐!"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자유발언에 나선 청년들이 모형말을 타며 크라잉넛의 노래 "말 달리자"를 부르고 있다.
권우성
아이들 스스로 짓는 별명에 담긴 마음들이 날도 아이들은 별명을 지어 붙이게 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평소와 다른 별명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이)야", "ㅂㄱㄴ", "순shil", "순시리", "박그네**", "갑오브갑", "정유라엄마" 등등. 아이들은 자신이 지은 별명을 공개하며 키득거렸고, '쎈' 표현이 나올수록 크게 웃었다. 평소 별명을 지을 때 친구 이름, 정치인 이름은 자제시켜왔는데 이 날은 막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이렇게라도 소리를 내고 싶어 했다. 그러나 두 시간 동안 명찰 대신 붙이고 재미있게 불러주긴 힘들었다.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엄마, 여자친구나 여동생에게도 붙일 수 있는 별명이라면 붙이고 아니면 떼어서 쓰레기통에 버리자 했다. 툴툴대는 소리를 못들은 척 하며 수업을 이어갔다.
토끼와 자라 vs. 순Shil과 그네"별주부전"이라고도 하고 "토끼의 간"이라고도 하는 "토끼와 자라" 이야기가 활동 주제였다. 서로가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같고 다른지 알아보고, 저마다의 상상력을 들여다보기 위해 한 문장씩 릴레이로 이어 한편의 이야기를 완성시켜 보았다.
"토끼와 자라" 이야기를 돌리면 대부분 용왕이 몇 번씩 죽었다 영웅에 의해 되살아나고, 토끼와 자라는 첫 만남에 눈이 맞아 용궁 대신 모텔로 가고 거기서 이상한 동물들이 줄지어 태어나고 그러나 갑자기 달리기 경주를 하고 이야기는 안드로메다로 간다.
어느 반이나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가 진행되어 그렇겠거니 하며 이야기를 돌려보는데 토끼도 자라도 등장하지 않았다. 용왕은 먹고 마시고 놀기만 하다 병이 들었는데 순shil이 나타나 더 심하게 놀아 바닷물이 썩어 모두가 다 죽어버린다. 그네가 나타나 죽은 용왕을 다시 살리지만, 순shil이 토하고 싸대는 통에 또 다시 다 죽고, 보다 못한 누군가 우주의 기운을 모아 바다를 폭발시키고 새로운 지구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모두가 다 잘살았다는 이야기 마무리.
스물 한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진 못하지만 대강 이런 흐름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다. "그래도 해피엔딩이냐?"는 내 물음에 아이들은 "그래도 해피엔딩이죠!"라는 답을 보낸다. 다음 시간에 아이들이 만든 이야기로 장면을 만들고 노래 가사를 지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제목을 바꿔줘야 할 것 같다.
#2. 여덟 살, 여섯 살 아이들 여덟 살 첫째가 제법 세상을 잘 안다는 얼굴로 저녁을 먹으며 종알거린다.
"엄마, 오늘 우리반 **이랑 얘기했는데, **이도 최순실을 알더라. 아빠가 늦게 오면 안 보는데 요즘 아빠가 일찍 오는 날이 많아서 다 같이 뉴스를 본대. **이 엄마도 뉴스 보면서 엄마처럼 한숨 쉬면서 그런대. 최순실 때문에 못살겠다고. 정말 최순실이 문제야."설거지를 하고 부엌 정리를 하는데 첫째가 8시라며 뉴스를 틀어놓고 어서 오라고 부른다. 오늘도 뉴스의 주인공은 어제와 같다. 여섯 살 둘째가 뉴스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어른들은 참 이상해. 나도 최순실을 아는데 왜 뉴스에 나오는 어른들은 계속 최순실이 어디있는지 찾고, 누군지 모른다하고, 데려다가 뭘 자꾸 물어보고 그래? (옆에 있는 네 살 막내에게) 너도 알지? 저 뚱뚱한 할머니 누군지?"아이들에게 설명하기 힘든 뉴스들만 쏟아지는 요즘 같아선 뉴스를 유해영상물로 지정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