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헤리스에서 발견한 집 창문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정효정
첫 데이트를 한 사람으로부터 "결혼을 하면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싶다" 라는 소리를 듣고, 세 번째 데이트를 한 사람으로부터는 "당신이랑 꼭 닮은 딸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내가 결혼을 원하는지, 아이를 원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결혼이 아니면 어떤 남녀관계도 성립하지 않는 사회에서 난 그냥 연애나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는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한 번도 결혼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한 사람을 내 삶에 받아들이는 것에는 수많은 결정을 동반한다. 이 사람과 연애를 하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헤어지면 그땐 어떻게 되지? 지금은 과거가 되어버린 그의 청혼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과 결혼을 하면 내 인생은 어떻게 변하는 걸까. 고민 끝에 나는 결국 'NO'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와의 결혼은 결말이 뻔한 책을 펼치는 것 같았다.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이미 지루했다.
하지만 그런 큰 결정 후에는 스스로가 대견하기보다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했어야 했나.', ' 아니야, 안하길 잘했어.', '아니야, 했어야 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의 결정을 번복한다. 결혼을 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안 했어야 했나.', '아니야, 하길 잘했어.', '아니야, 안 했어야 했어.' 이런 고민을 도널드에게 이야기 하자 그는 간단하게 이야기 했다.
"안 하고 싶으면 안 하는 게 맞는 거야. 그리고 그때 내리지 않은 결정에 대해 후회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너는 하나의 결정이 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만, 지나고 봤을 때는 그 결정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