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도와주는 레이펑 사진과 레이펑기념관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중국 학생들
바이두
1962년 인민해방군에 근무하던 '레이펑(雷锋)'이라는 군인이 22살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그런데 장군도 아니고 사병에 불과했던 '레이펑'의 장례식에 10만 명 넘는 사람이 참석하여 그의 마지막 길을 지켜주었습니다. 어떻게 일개 사병의 장례식에 10만 명 넘는 사람이 모였을까요?
'레이펑'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장례를 치르기까지 며칠 동안 그는 평범한 군인에서 '남을 돕는 일을 가장 많이 한 좋은 사람(好人好事)'이라는 중국 인민영웅이 됩니다. 중국에서 호인호사(好人好事)는 '좋은 사람은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고 좋은 일을 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그런데 '레이펑'이 한 좋은 일은 대단한 게 아닙니다. 주둔하던 군부대 마을에 사는 노인 집에 가서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거나, 동료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었다거나 하는 일상생활 중에 생기는 소소한 일들입니다.
지금도 중국 인터넷에는 '레이펑'이 만들어진 영웅이라며, 그가 인민영웅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글이 많습니다. 그가 인민영웅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인터넷 글도 그가 대단한 일을 했다는 내용은 얼마 없고, 남을 많이 도와준 착한 품성의 젊은이는 확실하다는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어느 시대나 본보기로 삼아야 할 대상이 필요한데, 그가 착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에 충분히 인민영웅이 될 자격이 있다는 논지를 폅니다.
한마디로 만들어진 영웅이지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인위적으로 영웅을 만들어 이용한다면 문제가 있지만, 이 경우는 서로 도우며 살아가자는 국민계몽을 위해 영웅을 만들었으니 국가가 착한 거짓말을 했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됩니다.
'레이펑'이야기는 1963년부터 현재까지 초등학교 국어(国学)와 도덕(思想品德)교과서에 실려 어린이가 본받아야 할 모범적인 인물 소재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영화와 드라마도 만들어지고 책도 발간되고 우표도 발행되고 동상도 세워집니다.
'레이펑'이 죽고 2년이 지난 1964년 그의 고향인 호남성 장사시와 군대 근무지였던 요녕성 무순시에 레이펑 기념관이 세워집니다. 중국 학생들이 방문하는 필수코스입니다. 1978년 요녕성 무순시에서는 '레이펑'의 이름으로 레이펑초등학교도 만듭니다. 2007년 저장성 항저우시에도 레이펑기념관이 세워집니다.
2009년 9월 중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건국 60년 동안 각 분야에서 중국을 빛낸 100명(100位新中国成立以来感动中国人物)을 선정하여 발표했는데, 여기에도 '레이펑'의 이름이 포함됩니다. 참고로 선정된 100명 중에는 마오쩌둥의 아들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미군 폭격으로 죽은 마오안잉도 있습니다.
이제 '레이펑'을 모르는 중국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남을 도와주는 좋은 사람 '레이펑'처럼 나도 남을 도와주는 싶은데 그럴 수 없게 하는 일이 생깁니다.
노인이 길에 쓰러져도 모른 체하는 이유'레이펑'이 중국을 빛낸 인물로 선정되고 두 달이 지난 2009년 11월 중국 중경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길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하고, 학교에서 배운 '레이펑' 처럼 노인을 도와서 일으켜 세워 줍니다. 그런데 그 후 전혀 예기치 못한 엉뚱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길에서 일어난 노인이 학생에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기는커녕, 학생이 자신을 밀어서 넘어져 다쳤다며, 학생 부모에게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결국, 중학교 2학년 학생과 부모는 피고로 법정에 서게 됩니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증언을 해줘, 학생 부모가 배상하지 않는 것으로 사건은 해결됩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이 사건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사회적으로 여러 파문이 일어납니다. 이 사건을 소개한 언론의 기사 제목은 <'레이펑을 본받아 노인을 도와주었는데, 이게 잘못 된 건가요'라고 묻는 학생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