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친일문학론>
이아림
"알고 당하는 것보다 모르고 당하는 게 죄악이라고 가르치며 진리와 정의를 말한 선생들이 거짓 역사를 가르쳤다. 거짓을 가르친 선생은 스승이 아니다. 따라서 나에게 스승은 없다."
1975년 대학생이 된 이용길은 임종국 선생의 <친일문학론>을 읽으면서 가치관과 역사관이 뒤집히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겪었다. 최남선과 모윤숙 등의 시를 외우고 낭송하면서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그들이 친일 문인이었다니, 박정희 장군을 구국의 영웅으로 흠모하며 제2의 박정희를 꿈꾸었는데 그가 일본군 출신 독재자라니….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된 그에게 거짓 역사를 가르친 선생은 더 이상 스승이 아니었다. 관제 교육에 의해 왜곡됐던 의식이 <친일문학론>에 의해 산산이 깨지면서 박정희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황군(皇軍) 출신 박정희는 구국의 영웅이 아니라 민족의 반역자였고 군사쿠데타로 민주주의를 짓밟은 독재자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자연스럽게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를 학생운동에 입문시킨 <친일문학론>은 유신독재와 싸우던 민주화 인사와 운동권 학생들에게 급속도로 퍼졌다. 이 책을 통해 박정희와 그 세력들이 단순한 정치군인이 아니라 일제의 통치체제를 계승한 친일파라는 것을 깨달기 시작했다. 박정희를 비롯해 문화예술계와 언론계, 학계, 종교계 등에서 호가호위하는 인사들이 친일 반민족 세력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역사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겨레의 통일과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역사에 눈을 뜬 이용길은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로 군대에 끌려갔다. 아버지에게 붙여진 빨간 딱지가 아들에게도 붙여진 것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에 참여했다. 민주노총 대전충남본부장과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위원장, 진보신당 부대표와 노동당 대표를 지냈다. 이와 함께 천안민주단체협의회 초대의장과 임종국선생기념사업회 추진위원 등을 지냈다.
진실을 알려준 임종국 선생이 진정한 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