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와 흙카네이션의 만남(초벌 들어가기 전 모습. 왼쪽). 도자기 카네이션 브로치 2011년(맨위)부터 2016년(맨아래).
김소영
2011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도자기 카네이션 작업을 시작했다. 지인의 작업실에서 밤샘 작업을 하며 더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매대를 펼쳐놓고 파는 것은 물론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통한 온라인 홍보도 열심히 했다. 그 결과 2012년 3~4월 두 달 동안 총 600개, 이전 해의 10배를 더 팔았다. 그렇게 번 돈으로 부모님께 진 빚을 갚고 작업실도 차렸다.
"학교 때부터 리더십이나 창업에 관심 있어 관련 수업도 일부러 찾아서 들었어요. 창업 초기엔 창업가 모임에도 자주 나갔는데 어른들이 보기엔 젊은 여자가 도자기로 사업을 하겠다니 가당치도 않아 보였나봐요. 도자기로 무슨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며 무시할 때 저는 되레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때 도자기로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성공해보겠다고 결심했죠.""도자기로 성공해보겠다" 결심... '벌고, 투자하고, 갚고, 빌리고' 반복만사업 초기엔 한마디로 거지신세였다. 작업실이 없어 돈을 빌려야 했고 문화센터, 방과후교실 등에서 어린이 미술 강습을 병행해야 했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시던 부모님이 일을 그만두신 후 부담은 더 커졌다. 도움이 돼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홀로서기조차 힘들었다. 잠시나마 도자기를 그만두고 취업을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미술 강습을 병행하다 보니 작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제대로 된 작품을 못 만드는 악순환이 거듭됐죠. 이건 아니다 싶어 2013년 초반에 강습을 다 그만두고 카네이션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신기하게도 카네이션 외에도 다른 작품들의 판매가 늘면서 강습비를 메울 정도의 수입이 생기더라고요."봉천동 주택가에 작업실을 차린 지 4년, 김씨에게 여전히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다. 도자기 카네이션은 '유형의 제품'이다 보니 재료비 등 1000만 원 이상의 투자비용이 든다. '벌고, 투자하고, 갚고, 빌리고, 벌고'를 반복했다. 스스로도 열심히 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잘 돼 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매번 제자리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쌀도 못 사먹을 정도였다면 믿지 못하실 거예요. 지난 3~4년 동안 수입이 일정치 않아 하루살이처럼 살았어요. 신발을 1년에 한 켤레 살까말까 하는 생활이 익숙하지만 가끔은 갖고 싶은 가방이나 구두를 보고 울컥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20대엔 고생하더라도 30대 땐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자는 생각으로 버텼어요."김씨에게 도자기는 생계의 수단일 뿐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예술이다. 예술가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창작의 고통으로 인해 연간 한두 차례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 또 매장에 입점하지 않고 SNS만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글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서 SNS를 하는 것이 제 성격과 잘 맞았어요. 초기엔 반려동물이나 클라이밍, 기타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공유하며 즐기는 정도였죠. 도자기를 하면서부터 SNS 때문에 가끔씩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고요. 심각할 땐 SNS가 하기 싫어서 도자기를 그만둘까 생각한 적도 있으니까요."5개의 SNS를 운영하는 김씨는 때론 하루 5시간 이상 SNS에 매달릴 때도 있다고 한다.
95% 이상의 매출이 SNS를 통해 발생하므로 SNS를 포기한다는 것은 곧 도자기를 포기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SNS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타인의 시선이 불편할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