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막고 있는 물소.
송성영
게스트하우스를 벗어나자마자 물소 몇 마리가 턱하니 길을 막아서고 있다. 나는 저만치 우뚝 서서 녀석들을 지켜보고 있고 녀석들은 그런 나를 우물 우물거리며 쳐다본다.
"얘들아 나 좀 지나가게 길을 비켜 주면 안 되겠냐?"내가 우리말로 중얼거리며 사진기를 꺼내들고 다가가자 그때서야 한 녀석이 엉거주춤 일어서 한 쪽 길을 터 준다. 옆길로 지나쳐 갈 때까지 녀석들이 내게 눈길을 떼지 않는다. 경계의 눈빛이 아니다. 녀석들도 내가 걷는 것이 무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녀석들이 눈빛이 어딘가 모르게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는 것 같다.
고오타마 붓다의 전생을 다룬 불교설화집, 본생담(本生談)에 물소가 나오는데 물소 역시 부처님의 수많은 전생의 한 생명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부처의 또 다른 모습이 어디 물소뿐이랴, 삼라만상, 부처의 눈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이 부처 아닌 것이 없다하질 않았던가. 나를 걱정하는 듯한 저 물소들의 눈빛 또한 부처다.
물소들에게 합장을 하고 뒤돌아서서 걷는데 언덕 위에 세 사람이 보인다. 할머니와 어린 두 손주들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1시간 후에 도착한다는 지프차에서 아이들의 부모, 할머니의 아들이 내릴지도 모른다. 이들은 1시간이 아니라 몇날 며칠 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대처에 나간 아버지와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활짝 웃으며 사진기를 꺼내들며 찍어도 상관없습니까? 라는 표정을 보냈더니 할머니가 슬그머니 웃는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순간 무표정으로 먼 산을 바라본다. 두 아이는 여전히 쑥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마주대하지 못한다. 내가 사진을 찍게 해줘서 고맙다며 합장을 건네자 할머니가 다시 씨익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