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오메기술 제조장.
허시명
제주 깅이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참석한 70여 명 중에서 서너 명이 깅이술을 안다고 했다. 깅이는 게를 말하는 제주 방언이다. 예전에 바닷가의 게를 잡아 술 속에 넣어뒀다가 마셨다고 한다. 내가 듣기로는, 증류주에 깅이술을 넣어 깅이의 좋은 성분을 추출해 마셨다는 것이다.
게는 발이 많고 관절이 발달되어 있어서, 깅이술을 마시면 관절에 좋다는 속설이 전해온다. 그런데 한 중년여성은 새로운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가 바닷가에서 깅이를 잡아다가 절구에 빻아서 술덧에 직접 넣었다고 한다. 게즙을 적극적으로 술 빚는 원료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키토산이 풍부한 영덕대게를 가지고 술을 빚으려던 양조장도 있었으니, 깅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제주에는 마테우리들이 양하 잎에 싸서 보관해두고 마셨던 강술이 있고, 건강보조식품처럼 여겼던 오합주라는 술이 있다. 요사이는 올레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쉰다리도 있다. 쉰다리는 지금은 쉰밥으로 빚지 않지만, 예전에는 쉰밥으로 빚어 하루이틀 발효시키고 끓여 소독한 뒤에 걸러 마셨다. 제주의 소박한 음식 문화의 연장선 위에 제주 술이 놓여 있다.
'술'이라는 단어, 얼마나 멋진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