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
김용만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웃기도 하고, 겁에 질리기도 했지요. 8시쯤 시작된 귀신놀이는 밤 10시쯤 끝났습니다.
사실 귀신놀이는 시간이 갈수록 엉망이 되었습니다. 이미 미션을 수행한 아이들이 몰래 학교에 들어가 다른 친구들을 놀래키고, 숨어있다가 나오는 등, 샘들의 계획과는 많이 달라졌죠.
하지만 이 또한 함께 즐겼습니다. 이 날 가장 수고했던 분들은 역시 샘들이셨습니다.
한 샘은 교실 사물함 안에 2시간 동안 숨어있다가 나왔다가를 반복하셨고 한 샘은 체육관에서 아이들이 올 때마다 머리를 풀어헤치시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셨습니다. 또 한 샘은 책상 밑에 숨어 있다가 아이들 발목을 잡으셨는데 너무 놀란 아이들이 책상을 미는 바람에 깔린 분도 계셨습니다.
10시쯤 되어 샘들을 뵈니 목이 쉬시고, 땀이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표정만은 유쾌했습니다.
"샘, 너무 무서웠어요!""미술실 귀신은 누구셨어요?""강당 처녀귀신이 따라와셔서 저 넘어졌어요."신나 하는 아이들을 보며 힘듦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친구들이 무서워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즐겁게 체험에 임했습니다.
학교는 배우는 곳이어야 합니다. 귀신체험을 통해서 아이들은 선 후배간의 돈독함과, 함께 노는 즐거움을 배웠으리라 생각됩니다.
더운 여름 밤, 학교에서의 귀신놀이는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내년에는 어떤 업그레이드된 귀신을 초빙해야 하는 지 걱정이 벌써 되지만 적극적으로 임해준 아이들과 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큽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에 귀신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귀신이 낮에는 선생님이더라는 말과 함께요.
학교에서 함께 하는 추억이 하나씩 쌓여 간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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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분장 나선 선생님들, 한밤중 벌인 공포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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