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던 거리에 휴지 조각이 뒹구는 늦은 밤까지 계속 리어커 행상을 하시는 할아버지.
이상옥
지난 3월 중국 정주경공업대학교로 일자리를 옮기고서 숙소 아파트에서 학교까지 가까워 걸어 다닌다. 오갈 때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리어카 행상을 하시는 70세는 됨직한 할아버지 한 분을 늘 만난다.
오후에 나오셔서 밤늦게까지 여성용 소품을 팔고 계신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숙연해지고, 무한한 존경스러운 마음이 벅차게 차오르는 것을 누를 길이 없었다. 말씀도 없으시고, 그냥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계시는 것이다. 이 분의 삶을 저울에 달면 어찌 황후장상만 못하다고 할까.
최근 취업이나 결혼을 못해 부모와 같이 사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는 기사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2015년 통계층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년층이 자녀와 함께 사는 비율이 31.6%라고 하고, 그 첫 번째 이유가 '자녀의 독립생활 능력 불가능'이기 때문이고, 이 비율은 해마다 증가 추세라고 한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가시고기자녀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은퇴도 못하고 일터에 나가는 세상의 아버지들은 '가시고기'가 맞다. 아빠 가시고기는 혼자 알들을 지키며 외적과 싸우며, 먹지도 자지도 않는다. 결국에는 알에서 깨어난 새끼 가시고기는 제 갈 길을 가고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그 자리에서 쓸쓸히 죽는다.
왜, 이국땅 어느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자꾸만 조창인의 장편소설 <가시고기>가 떠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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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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