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저널리스트라 소개한 노신사가 미하스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
박성경
티벳의 드레풍 사원에 첫 발을 들였을 때는 어린 라마들이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환대를 해줬는데, 이곳 미하스에선 멋지게 차려입은 노신사 한 분이 우리에게 먼저 반가운 인사를 건네 왔습니다. 자신을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하고는 신분증까지 보여주며 우리에게도 저널리스트냐고 묻습니다. 아마도 남편이 든 캠코더와 제가 든 DSLR 카메라 때문이었겠죠. 우린 그냥 여행자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어르신은 미하스에 대한 긍지를 확신에 찬 음성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미하스는 그저 건물만 아름다운 마을이 아니라 역사 깊은 곳이라는 것, 경찰이 필요 없을 정도로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이라는 것, 스페인에 오는 여행자라면 주요 도시들만 돌지 말고 한번은 꼭 들렀다 가야 하는 곳이라는 것 등 자랑에 자랑을 늘어놓으셨어요.
너무 진지하게 말씀하셔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실 때까지 우리도 진지하게 고개 끄덕이며 들어드렸습니다. 영어 실력이 짧아 충분한 응대는 못 했지만, 아쉬움이 없도록 시간만큼은 충분히 내어드렸어요. 다음에 내가 사는 곳도 누군가에게 저렇게 열정적으로 자랑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바쁘게 움직일 필요 없이 여유를 갖고 여행하라며, 미하스는 그렇게 처음부터 우리의 걸음에 쉼표를 찍어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