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산골 농가의 점심식사. 시래기국과 콩자반, 나물 무침.
송성영
아르준 동생과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아르준의 제수씨와 어머니가 이른 점심밥을 내왔다. 식판에 밥과 함께 시래기국과 콩자반, 나물 무침이 나왔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곳에 오기 전 포카라의 한국 식당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김치찌개를 먹은 지가 세 시간도 채 안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추장이 들어간 매운 비빔국수를 몇 젓가락조차 뜨지 못했던 아르준은 배가 무척 고팠을 것이었다.
포카라에서 먹은 것이 소화가 채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의 어머니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식판을 비우기로 작정했다. 옆에서 내내 지켜보고 있던 아르준의 어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맛이 어떠냐고 묻는 듯했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며 시래기국이며 나물 무침이며 쌉쌀하니 맛이 좋다고 말해줬더니 환하게 웃는다. 밥을 먹는 내내 아르준 형제는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해왔다.
"한국은 부자의 나라가 아닙니까?""네팔보다 부자의 나라지만 잘 사는 나라는 아닙니다.""나는 한국에 가서 돈을 벌고 싶습니다.""한국에 가면 돈을 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행복한 나라라고 할 수 없습니다.""왜 그렇습니까?""돈 버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어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이지요."아르준 형제가 내 말을 다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돈을 많이 벌어도 행복할 수 없다는 말에 의아해했다.
"돈을 벌 수 있는데 어째서 행복할 수 없나요?""아르준, 당신은 한 달에 한 번씩 부모님을 찾아뵙는다고 했지요?""예.""한국에서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은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일 년에 서너 차례 찾아뵙는 것이 전부입니다." 나는 아르준 형제에게 한국은 그 돈 때문에 많은 가정이 깨지고 있고 또한 그 돈 때문에 진정한 행복을 잃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한국에 가면 네팔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심성이 좋지 않은 한국 사람을 만나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게 된다고 말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