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김동우
2시간 남짓 걸려 아카바에 도착했다. 우린 먼저 이집트행 페리 티켓 사무실을 찾아야 했다. 아카바에서 페리를 타면 홍해를 건너 이집트로 넘어갈 수 있다. 요르단을 빠져나 가는 수단으로 이만한 방법도 없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돈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들이 몰려들었다.
"페리 티켓 사무실이 어디죠?""위치는 내가 알고 있으니 일단 차에 타세요."뭘 믿고 덥석 택시에 오른단 말인가. 요르단은 내게 믿음의 땅이 아니었다. 우린 탑승을 거부했고 택시기사는 입맛을 다시며 사라졌다. 길을 가던 행인들에게 페리 티켓 사무실의 위치를 물어봤지만,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어디로 갈지 막막하기만 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기사에게 페리 티켓 사무실의 위치를 묻지 않은 게 결정적 실수였다.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허둥지둥하고 있는 사이 한 젊은 사내가 눈앞에 보이는 컨테이너 건물이 페리 티켓 사무실이라고 귀띔해주었다. 아니 조금 전 택시기사는 차를 타라고 했는데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손해 볼 게 없어 일단 옆에 보이는 컨테이너 건물에 가보기로 했다. 준섭이도 미심쩍은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뭐 마땅히 물어볼 곳도 없었다. 작은 컨테이너로 된 사무실 안에는 빈 책상과 소파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여기 맞니? 이상하지 않아?""그러게요. 70달러 날리는 거 아닐까요?"우리에게 티켓 사무실을 알려준 청년은 1분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한참만에 한 중년 남성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우리를 사무실 안 작은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방 안에는 페리탑승권이 뭉치로 꽂혀 있는 프린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가격을 물으니 알고 있던 가격 그대로였다. 의심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여기가 택시기사가 데려다 준다고 한 장소였던 셈이다. '된장할 놈들!'
그런데 티켓 사무실 직원은 배 시간이 따로 없다고 했다. 대충 사람이 차면 떠나니 서둘러 항구로 가보라는 말뿐이었다. 미니버스가 이런 형태로 운행하는 건 대충 이해가 되지만 수백 명이 타는 페리에 운행시간이 없다는 건 상식이 아니었다. 아카바 페리터미널에 도착해 출국수속을 밟았다. 요르단에서 나가려면 출국세를 내야 했다. 8디나르짜리 출국인지를 사서 2층 이미그레이션으로 갔다. 간단하게 수속을 마치고 타는 목을 축이기 위해 음료수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준섭아, 그런데 도대체 배는 몇 시에 떠나는 거지?""잠깐만요. 형."준섭이는 출국장 매점 주인에게 출발시각을 물었다. 매점 아저씨는 배가 지금 출발한다고 했다. '헉!' 그는 우리보다 더 놀란 눈으로 어서 뛰어가라며 성화였다. 미친개에 쫓기듯 배낭을 메고 선착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다행히 배는 선착장에 껌처럼 붙어 있었다.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2층 선실로 올라가려던 우리를 승무원이 막아섰다. 그는 짐을 짐칸에 실으라며 한쪽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손가락 끝엔 컨테이너 하나가 놓여 있었다. 짐을 어디다 보관하라는 뜻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이런 오웃!"